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쿠바, 이란, 북한의 다른 선택

쿠바·이란은 실용노선 … 북한은 병진노선

2015-01-28 00:00:01 게재

3국 모두 경제제재로 침체 겪어 … '개방' 선택 따라 엇갈려

미국의 마지막 남은 3개 적대국가 중 한곳이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이뤘고 다른 한곳도 관계개선의 길에 올라 있다. 나머지 한곳은 여전히 적대국가라는 멍에를 벗지 못하고 있다.

1960년대 미국 턱밑에서 미사일 위기를 일으켰던 쿠바는 지난해 53년 만에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맺는 데 성공했고 2006년 핵개발 추진으로 미국과 마찰을 빚은 이란도 2013년부터 핵협상에 들어가며 양국관계가 유화모드로 전환됐다. 동북아에 위치한 북한만이 군사도발과 인권문제 등으로 변화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때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동지애를 과시했던 3국은 이제 서로 다른 길 위에 서 있다.

지난달 30일 페루 리마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포스터를 든 주술사들이 양국관계의 발전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립으로 인한 경제난 = 북한과 쿠바는 공산주의 일당 독재체제 국가로 냉전 시기 소련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공통점이 있다.

소련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의 경제재건을 위해 유무상원조를 비롯해 군사·기술 등을 북한에 적극 지원했다. 소련은 쿠바에 대해서도 설탕을 높은 가격에 사들이고 석유와 가스를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지원했다.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소련이 1990년대 붕괴하면서 북한과 쿠바는 정치, 경제적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로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리는 극심한 침체를 겪어야 했다. 당시 식량 부족으로 인해 수백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력이 줄면서 전반적인 산업활동도 저하됐다. 이 시기 북한의 경제성장률(한국은행 발표)은 -4% 수준이었다.

쿠바는 주요 수익원이었던 설탕산업과 니켈 채굴의 하향세와 관광산업의 둔화로 장기 침체를 겪었다. 최근에는 유가하락으로 쿠바의 원군이 됐던 베네수엘라까지 디폴트 위기에 직면하면서 상황이 더욱 어렵게 됐다.

쿠바는 남미의 사회주의 국가인 베네수엘라로부터 매일 10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받으며 경제를 유지해왔다. 쿠바의 2014년 경제성장률은 1%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란대통령, 핵협상 시한 전날 SNS사진 눈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 타결 시한 전날인 지난해 11월 23일 밤(현지시간) SNS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이 관심을 끌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페르시아어로 '희망'이라고 쓰인 벽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이란은 2006년 핵개발 프로그램 추진으로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으면서 유엔과 EU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게 됐다. 특히 2012년에는 EU가 이란 수출 관련 보험·운송에 대한 제재조치를 발효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이 때문에 2010년 5.9%, 2011년 2.7%였던 경제성장률은 2012년 -5.6%로 급락했다. 2013년에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이란은 2014년에도 1%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혁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지도자들 = 2008년 형 피델 카스트로의 뒤를 이어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취임한 라울 카스트로는 형과 달리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다.

그는 그해 취임연설에 국유산업의 비효율성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강경한 사회주의 이념가였던 라울은 "정부가 주는 돈만으로 국민들이 살아갈 수는 없다"며 시장경제체제 도입을 선언했다.

2011년 제1서기직에 취임해 명실상부한 1인자가 된 라울은 "인민들의 물질적, 정신적 기본욕구 충족을 우선시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제침체, 주택부족, 식량위기, 관료의 무사안일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개혁조치를 발표했다.

인권문제나 정치개혁에도 적극적이었다. 라울은 2011년 12월 정치범을 포함해 죄수 2900명을 석방하고 사면했다. 개혁정책의 성과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초청하기도 했다.

강경노선으로 고립을 자초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물러나고 그 뒤를 이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고립 탈피를 위한 실용적 행보를 보였다.

2013년 유엔총회 참석으로 국제 무대에 데뷔한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이 국제사회에 위협적인 국가가 아니란 점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와의 건설적인 협력을 증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또 유엔 총회 참석을 계기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의 문을 열었다.

2013년 11월 제네바에서 P5+1과 이란 간 핵협상이 시작됐고 협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미국은 핵협상 진행과정에 따라 일부 제재를 해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란 경제에도 숨통이 트이고 있다.

18개월 간의 극비 회담을 통해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이룬 미국은 이란에 대해서도 핵협상이 타결되면 이란과 외교관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난 심화라는 현실을 타계하기 위해 쿠바와 이란이 실용적 노선을 취한 것과 달리 북한은 핵무력·경제발전 병진노선이라는 거꾸로 가는 해법을 내놓으면서 국제사회 고립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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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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