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쿠바, 이란, 북한의 다른 선택

"북한도 인권문제·대외관계 개선 노력 모습 보여야"

2015-01-28 16:02:04 게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대통령 취임 전 이란과 쿠바, 북한을 거론하면서 "이들 국가의 정상들과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의 뜻대로 이란, 쿠바와의 관계개선은 이뤄졌지만 북한과의 대화 재개는 요원한 상태다.

북한도 이란과 쿠바처럼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 개혁·개방을 시도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에 들어 북은 산업전반에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우리식 경제관리체계(6·28 방침)'를 발표했다.

또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하고 내각에 '대외경제성'을 신설하는 등 대외개방·협력을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된 후 러시아와 경협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핵보유국임을 헌법에 명시하고 핵능력 강화를 위한 시도도 멈추지 않고 있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뒤 북한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한층 더 강화된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김정은이라는 새 지도자의 등장 이후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 0.8% 2012년 1.3 2013년 1.1%의 추이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국제사회의 원조 없이는 힘든 상황이다.

핵무력·경제 발전 병진노선이라는 모순된 행보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여전히 대화를 할 의지가 없다는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27일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쿠바의 차이점에 대해 "북한은 진지한 대화자세를 갖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로 이어질 수 있는 믿을 만한 준비가 돼 있다면 다른 사례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대화에 임할 자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관계개선은 일방적인 노력만으로 이뤄지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북한 문제는 전략 우선순위에서 쿠바나 이란에 밀린다"면서 "북한도 쿠바처럼 대외관계나 인권문제에 대해 변화를 보여주면서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바의 경우 미국과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만큼 이를 활용하려는 국내적인 요구가 있었다. 쌀 수출 등 경제 문제나 마이애미 지역 쿠바계 미국인들을 염두에 둔 정치적인 이득도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와의 관계개선에 나서는 요인이 됐다. 이란에 대해서는 막대한 석유자원을 가지고 중동 내 패권국가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미국이 장기간 '전략적 인내' 같은 정책으로 일관하기는 힘든 측면이 있었다.

북한은 미국과 물리적으로도 멀고 경제적 중요성도 떨어진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 테이블에 앉기 위해서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관련기사]
-[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쿠바, 이란, 북한의 다른 선택] 쿠바·이란은 실용노선 … 북한은 병진노선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박소원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