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 | IS 인질 사태와 집단적 자위권
아베, '자국민 구출' 명분으로 자위대 활동범위 확대
IS사태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관심 높아져 … '자위권 확대' 속내는 중국 대항 위한 미일동맹 강화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억류됐던 일본인 2명이 모두 목숨을 잃으면서 최근 일본 정치권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오고 있다. '적극적 평화주의'를 주창해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위대의 해외파견, 무기사용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이야기하면서 자위대의 활동영역을 기존 구상보다 더 확대할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발표된 자위권 발동 주요 활동 사례와 비교해보면 아베 총리의 최근 발언은 새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베 총리가 연일 자위대 활동범위에 대한 언급을 하는 것은 이번 사태를 발판 삼아 안보관련 법제 정비를 본격화하려는 것에 불과할 뿐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통해 중국을 대항하겠다'는 구상에서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가 원하는 것 = 아베 총리는 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해 "일본의 비정부기구(NGO)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지난해 각의(국무회의) 결정에 포함된 긴급경호 등을 통해 위험에 처한 NGO를 구출하기 위해 무기사용을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위대의 무기사용 필요성을 확인한 것이다.
또 오쓰카 고헤이 민주당 의원이 "밀접한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가 선제공격을 한 결과 상대국으로부터 무력행사를 당한 경우에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필요조건을 충족하느냐"는 질문에 "무력행사 신 3요건을 충족하는지 아닌지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해 선제공격한 동맹국에 대한 무력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아베 총리의 자위대 무력행사 범위 발언은 '자국민 구출'보다는 동맹국인 미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해 보인다. 실제 아베 총리는 자국민 구출을 위한 자위대 활동은 집단적 자위권과는 별개로 '경찰권 행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각의 결정으로 헌법 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아베 내각은 올해 안보관련 법제 개정을 준비 중이다. 관련 법제 중에는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도 포함돼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번 인질 사태 이후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의 재개정으로 세계적 규모의 미일협력이 명시되는 상황에서 미국을 적대시하는 세력이 일본을 동일시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오히려 아베 총리가 가장 바라는 모습일 수 있다. 미국과의 안보공조를 위해 집단적 자위권 확대를 추진한 아베 내각은 이번 인질사태를 구실로 집단적 자위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법제화를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IS 사태는 아베 정부가 주요 외교안보 아젠다를 적극 추진할 수 있는 추동력을 제공한다"며 "올 5월로 예정돼 있는 아베 총리의 미국 방문과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종결을 적극 활용하여 미일안보협력 구조하에서 일본 자위대의 활동범위 확대와 기능강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 = 중국의 부상으로 역내패권을 위협받고 있는 일본은 미국과의 안보협력을 통해 역내 패권을 유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집단적 자위권 행사범위에 대한 계산도 치밀하다.
일본은 지난 1990년 걸프전 당시 미국으로부터 군사 지원 요청을 받았으나 평화헌법에 따라 다국적군에 자위대를 참여시키지 않았다. 대신 군비만 130억 달러를 지원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일본은 피를 흘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후 일본 내에서도 자위대의 해외 활동범위를 경제력에 걸맞게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됐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생각하는 집단적 자위권에는 국제사회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기 위한 부분은 빠져 있다.
지난해 5월 아베 총리는 안보법제 간담회 제언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안보법제 간담회'가 제언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입각해 취해지는 집단안전보장 조치에의 참가 문제에 자위대가 참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유엔의 다국적군 하에서도 무력행사를 목적으로 하는 타국에서의 전투에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활동 범위에 유엔 평화유지군(PKF) 활동을 제외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일본이 보통국가가 아닌 권력(패권)국가를 지향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보통국가는 연합군, 평화유지군, 다국적군 등 세계평화의 공공재적 목적에서 군사활동에 참여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지난 1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번 IS 인질사태와 안보법제화 작업은 별개사안이라고 밝혔다. 집단적 자위권 확대의 목적이 자국민 구출이나 세계평화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스가 장관의 발언은 아베 내각의 진짜 '속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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