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 | 에볼라 싸움에서 국제공조 돋보인 중견국 외교

아프리카 사람들 마음 사로잡은 한국 '에볼라 외교'

2015-02-11 13:50:23 게재

정부, 보건인력 총 24명 파견 … 시에라리온, 한국에 감사 표명

아프리카 지역에서 창궐하던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꺾이면서 올 상반기 중 에볼라 완치 선언이 나올 전망이다. 1년여간에 걸친 에볼라와의 싸움에서 국제공조가 돋보인 가운데 한국도 의료진을 파견해 국제사회에서 중견국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했다.

한국은 이번 의료진 파견을 계기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볼라 환자 치료하는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 의료대 | 시에라리온에 파견된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 의료대가 에볼라 감염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사진 외교부 제공

◆전 인류 위협으로 다가온 에볼라 = 에볼라 전염병은 지난해 2월 초 서아프리카 기니 남부 산림지대에서 시작됐으며 인접국가인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으로 급격하게 퍼졌다. 안전성 있는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전 인류에 공포를 안겼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기였던 지난해 3월 22일부터 12월 30일까지 감염자는 49명에서 2만263명으로, 사망자는 29명에서 7903명으로 각각 413배, 270배 증가했다. 특히 서아프리카 지역은 광범위한 전염이 이뤄진 데 반해 당국이 집계하지 못하는 환자도 많아 전염병 대유행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아졌다.

8개월여간 상승세를 보여온 에볼라는 올 1월을 기점으로 서서히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시에라리온의 경우 지난해 11월 1주간 감염자가 700~800명에 이르렀으나 1월 마지막주에는 감염자가 65명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6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3개국의 에볼라 사망자는 9004명으로 집계됐다. 국가별 사망자는 라이베리아 3746명, 시에라리온 3301명, 기니 1957명을 기록했다. 에볼라 창궐 이후 현재까지 13개월간 누적된 감염자 수는 2만2525명에 달한다.


◆의료진 파견으로 중견국 역할 수행 =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으로 아프리카 지역뿐 아니라 전 인류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중견국 외교의 일환으로 선제적인 제안을 했다.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에볼라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 대응 노력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피해지역에 보건인력을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우리 정부는 소규모 의료인력 중심으로 파견하기로 결정하고 서아프리카 3개국 중시에라리온을 적합지로 판단했다. 라이베리아는 미국 보건인력이 대거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고, 기니는 불어권으로 의사소통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반면 시에라리온은 영국이 에볼라 치료소(ETC)를 총괄 지휘를 하면서 소규모 보건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덴마크나 노르웨이의 소규모 보건인력과 공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15일간 민간 보건 인력 모집을 했고 최종 지원한 민간 보건의료인력은 145명(의사 35명, 간호사 57명, 임상병리사 23명, 현장안전관리사 30명)이었다. 국방부에서도 36명(군의관 12명, 간호장교 24명)이 지원했다.

약 200명의 지원자 중 최종선발된 의료대 24명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7일까지 총 세차례에 나뉘어 시에라리온에 파견됐다. 파견된 의료진은 현지에서 적응훈련을 거쳐 4주씩 의료활동을 벌이며 현재 2진이 파견돼 활동 중이며 3진은 오는 23일부터 활동을 시작한다.

한편 정부는 중견국협의체인 믹타(MIKTA) 공동성명을 통해 에볼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하기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왼쪽)이 지난해 10월 스위스 제네바 WHO본부에서 에볼라 대응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오른쪽은 마거릿 챈 WHO사무총장.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아프리카 및 국제사회의 인식 제고 = 에볼라 전염병 치료를 위해 보건인력을 파견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중국,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 일본, 노르웨이, 덴마크, 스페인, 이탈리아, 쿠바, 인도 등 총 15개국에 불과하다.

재정적 지원이나 장비지원을 한 국가는 많지만 환자와 직접 접촉해야 하는 보건인력 파견은 한정적이다. 그만큼 피해 국가에서 느끼는 고마움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아프리카유니온 모임이 있어서 옵서버로 참석했는데 당시 참석한 시에라리온 장관이 직접 만나자고 했다"면서 "한국이 아프리카에 애정을 가지고 도와주려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긴급구호대 격려차 시에라리온에 들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우리나라가 에볼라 발병국에 의료진을 파견해 선제적으로 동참한 것은 국제사회에 매우 의미 있는 기여"라고 치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에볼라 외교를 고민해서 어렵게 가서 했다"면서 "다행히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국에 대해 느낀 것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시에라리온은 다음달 1일 '에볼라 프리' 선언을 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은 적기에 의료진을 파견해 에볼라 퇴치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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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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