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 3대 국제행사 앞두고 치열한 물밑 외교전
남북정상, 9월 중국 70주년 전승기념행사서 조우 가능성
4월 인도네시아, 5월 러시아 행사에선 '박근혜-김정은 회동' 난망
올 4월부터 동아시아에서 굵직한 국제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4월 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반둥회의 60주년을 기념해 아시아아프리카(AA) 정상회의가 개최되며 5월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70주년 행사가 열린다. 또 9월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전승 70주년 행사가 예정돼 있다.
연이은 국제행사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동시에 참석할지,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 제1비서의 회동이 성사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월 반둥, 남북중 정상 참여 가능성 낮아 =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주노선을 추구하기로 결의했던 반둥회의 개최 60주년을 맞아 인도네시아는 다음 달 22∼24일 아시아아프리카(AA)정상회의와 반둥회의 6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이 행사에는 109개 국가, 25개 국제기구에서 정상 및 대표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에게도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남북 정상간 조우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4월 인도네시아에서의 남북회동 전망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경우 다른 일정과 겹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북한 김 제1비서 역시 참석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1965년 반둥회의 10주년 행사에 김일석 당시 주석이 참석하고 김정일이 수행했다는 점을 들어 김 제1비서의참석을 예상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일성 시대에는 자주노선을 주도해왔다는 자신감과 미국 압박 차원에서 반둥회의에 참석했다"면서 "이제는 그런 성격이 많이 희석됐기 때문에 김정은 제1비서가 직접 참여하기보다는 북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반둥회의 50주년 행사 때에는 북한에선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우리 정부는 이해찬 당시 국무총리가 참석해 남북 고위급 회동을 가진 바 있다.
한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4월 반둥회의에 참석해 '전후 70주년'을 주제로 한 연설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5월 러시아, 김정은 참석 아직은 불투명 = 러시아는 오는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70주년 행사를 개최한다. 러시아는 남북한을 비롯해 각국 정상들을 초청했지만 초청장을 받은 국가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은 상황이다.
크림반도 합병 문제로 러시아와 미국 및 서방 국가들이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미 미국, 독일, 영국 등은 거절 의사를 밝혔다. 특히 미국은 "주권과 영토보존 원칙에 대해 세계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대러시아 압박공조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 등이 초청 거절의사를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섣불리 이 행사 참석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까지 박 대통령의 러시아 전승기념일 행사 참석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김 제1비서의 참석 여부도 미지수다. 러시아 정부는 김 제1비서가 참석할 것이라고 공표하고 있으나 정작 북한에서는 확정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
현재 북한과 러시아가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김 제1비서가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경제 협력뿐 아니라 정치군사적 지원을 요구하며 참석 여부를 조율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9월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행사, 남북 정상 참여 가능성 = 중국은 지난해 2월 중국 제12차 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매년 9월 3일을 '항일전쟁 및 반파시즘 전쟁 승전일'로 제정했고, 올해 전승 70주년 행사를 정상급 국제행사로 치를 계획이다.
지난주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오는 9월 3일 전승기념 70주년 기념행사에 박 대통령을 공식 초청했다. 올해 들어 북중관계 개선 의지를 시사해 온 중국은 북한 김 제1비서에게도 초청장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관계 흐름으로 볼 때 박 대통령은 중국 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 역시 중국의 초청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2013년 3차 핵실험으로 소원해진 북중관계를 개선시킬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제1비서의 참석은 확실시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정상간 만남이 없었던 북중이 70주년 전승기념일을 계기로 만나면서 혈맹임을 확인하고 북중관계 복원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9월에 김 제1비서가 중국을 방문하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에 중국 고위급을 초청할 수 있는 명분도 생긴다"고 분석했다.
9월 중국 전승기념행사에서는 북중정상간 만남뿐 아니라 박 대통령과 김 제1비서의 조우 가능성도 높다. 다만 제3국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통일문제나 북핵문제 등의 무거운 주제를 나누기보다 상견례 수준의 회동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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