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차단" vs "차단을 차단"

2015-03-31 13:15:52 게재

온라인광고 '막고 뚫는'

최첨단기술 싸움 '치열'

광고차단 프로그램을 장착한 네티즌들과 1200억달러(133조원) 온라인광고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관련업계가 전자전을 벌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전 세계 네티즌의 5%, 즉 1억4000만명 이상이 애드블록엣지(Adblock Edge)나 애드블록플러스(Adblock Plus)같은 광고차단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이들 프로그램은 웹페이지에 광고팝업창이 뜨거나 키워드 검색시 광고가 우선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막아준다. 광고차단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네티즌은 지난해 70% 급증했다.

전자전에 사활을 거는 당사자들은 광고로 먹고 사는 구글이나 독일 상업방송사 RTL 등이다. 이들은 현찰과 소송 등 다양한 무기를 동원해 광고차단 프로그램에 맞서고 있다. FT는 "막대한 이익이 달려 있기에 몇몇 웹사이트는 광고차단 프로그램에 몰래 접근해 무력화하는 기술을 동원, 온라인 군비경쟁을 촉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티즌 1억4000만명 "광고 안 볼래" = 미국 온라인광고 관련협회인 IAB 사무국 마이크 자네이스씨는 "광고차단은 포털 수익에 상당한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네티즌들이 공짜 인터넷을 쓰고 싶다면 광고차단 프로그램의 확산은 안된다"며 "포털업체들이 보다 공격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유럽지역 광고국장인 앤디 하트는 "온라인광고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발은 팝업창같이 짜증나는 형태의 광고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차단 프로그램은 매우 직접적으로 모든 형태의 광고를 막는데, 네티즌들에게 유익한 경험을 주기도 하는 상당수 광고까지 막아서야 되겠느냐"고 주장했다.

광고차단 프로그램은 젊은 네티즌들에게 특히 인기인데, 역으로 광고주들은 이런 네티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려 한다. 때문에 젊은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털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비디오게임 등을 구현하는 웹사이트 '플레이스테이션 유니버스'의 스티븐 윌리엄슨 관리국장은 "우리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네티즌의 40%가 광고차단 프로그램을 깔았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차단 프로그램을 삭제해달라고 이용자들에게 애원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만약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많은 웹사이트들이 생존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별과 나이, 국적을 떠나 모든 네티즌들이 점점 더 광고차단 프로그램을 자신의 컴퓨터에 깔고 있다. 팝업광고는 물론 프리롤(특정 컨텐츠에 앞서 잠깐 보여주는 동영상광고)까지 완전히 차단된다. '디스커넥트'같은 프로그램은 모바일에서도 광고차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광고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이같은 추세에 공동으로 대응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공짜콘텐츠 즐기려면 광고도 봐달라" 읍소 =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이오'(Eyeo)라는 업체에 광고 차단을 풀어달라는 명목으로 조용히 돈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오는 세계 최대 광고차단 프로그램인 애드블록플러스를 만든 독일 신생기업이다. 아이오의 최고경영자 틸 파이다는 "우리는 광고업계와 네티즌 모두가 결국 윈윈할 수 있도록 도울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미디어포털들은 "아이오가 폭력배의 갈취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프로지벤사트'와 RTL 등 독일 미디어그룹들은 아이오에 대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며 고소장을 준비중이다.

다른 업체들은 광고차단 프로그램 기술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ITV와 채널4 등 영국 방송사들은 사이트에 접속한 네티즌이 광고차단 프로그램을 깔았을 경우 방송을 시청할 수 없게 한다. 방송을 보고자 하는 네티즌은 광고차단 프로그램을 삭제해야 한다. FT는 그러나 "광고차단 프로그램을 차단하는 일은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식의 쉬운 전략이 아니다"라며 "극소수 네티즌들은 고품격의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해 광고차단 프로그램을 삭제하겠지만, 절대 다수 네티즌은 그냥 해당 사이트를 떠나버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측면을 간파한 업체들은 광고차단 프로그램 기술에 몰래 접근해 무력화하는 등 고양이와 쥐처럼 필사적인 추격전을 벌인다. 예를 들어 뉴욕에 위치한 '시크릿 미디어'는 지난해 설립된 회사인데, 포털업체들이 광고를 내보내도 광고차단 프로그램이 인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한손엔 창, 한손엔 방패 든 첨단기업 상종가 = 시크릿 미디어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프레데릭 몬태그논은 "유럽 5대 미디어그룹이 우리가 만든 기술을 이용해 매일 1000만개의 광고를 네티즌들에게 노출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물론 광고란 성가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광고주들이야 눈에 잘 띄고 주목을 받고자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인터넷은 빠르게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며 "나는 그런 발전을 지속가능토록 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완성도 높은 동영상 광고를 통해 광고차단 프로그램을 극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절대다수의 온라인 광고는 정지된 화면이나 팝업, 검색광고다. 이러한 형태의 광고는 차단프로그램에 쉽게 적발된다.

그렇다고 해도 점점 더 많은 포털업체들이 광고차단 프로그램과의 일전을 준비중이다. 야후는 지난해 이스라엘 신생기업인 '클래리티 레이'(Clarity Ray)를 인수했는데, 이 업체는 광고차단 프로그램을 우회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다른 신생기업들은 은밀하게 광고차단 무력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FT는 "일단 소규모 전투에서는 광고차단업계가 승리"라면서도 "그러나 많은 포털업체들은 이제 싸움이 막 시작됐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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