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통일 포커스 '드레스덴 구상' 발표 1년
북, 흡수통일 반감에 민간단체 지원사업까지 '난관'
정부 소극적 태도 유지, 대대적 지원 없어 … '2014년 대북지원 최악의 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한국이 북핵 문제를 비롯해 미·중간 외교전에서 협상의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경색된 대북관계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을 방문해 동독지역 드레스덴에서 평화통일 기반구축을 위한 '드레스덴 구상'을 발표했다. 국제사회는 우리의 드레스덴 구상에 갈채를 보냈지만 정작 협력관계를 복원해야 할 북한은 냉소를 보냈다.
◆북에 드레스덴 구상은 흡수통일 구상 =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구상'을 통해 △인도적 문제 해결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의 3대 제안을 밝혔다. 그러나 드레스덴 구상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해 3월 28일 드레스덴 구상 연설이 나온 지 보름이 지난 4월 12일 북한 국방위원회는 "독일은 '흡수통일'로 이루어진 나라"라며 "바로 그곳에서 박근혜가 자기가 구상하고 있다는 '통일'에 대해 입을 놀렸다는 것만으로도 불순한 속내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은 특히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구상 연설에서 북한 주민들의 '배고픔'과 '고통'을 언급한 것에 대해 "없는 사실까지 날조하여 우리에 대한 비방중상에 열을 올렸다"고 비난했다. 북한에 드레스덴 구상은 북한을 협력주체로 대하기보다는 지원대상으로만 여기는 '흡수통일' 구상으로 비춰진 것이다.
이에 따라 드레스덴 구상 발표 이후 역설적이게도 우리 민간단체들의 대북지원 활동은 더욱 어려워졌다. 북한이 드레스덴 내용과 관련 있는 민간단체의 인도적 지원사업까지 거부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지원 거부도 있었지만 대통령의 발표와 달리 정부가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도 드레스덴 구상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지원단체 한 관계자는 "대북지원사업을 논의하려면 북한쪽 담당자를 제3국에서 만나야 하는데 접촉 승인 등의 문제에서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민간단체 활동가들은 지난해 북한내 사업현장에 한번도 들어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대북지원사업 20년 역사에서 2014년은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드레스덴 구상 추진점수는 '낙제점'= 통일부는 '드레스덴 구상 1주년 추진성과'에 대해 "드레스덴 구상을 이행하기 위해 북한에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안하고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 교류를 꾸준히 추진한 결과 일부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통일부가 성과가 있었다고 밝힌 사업은 △국제기구 및 국내 민간단체를 통한 모자패키지 사업 확대 추진 △나진-하산 복합물류사업 현장실사, 시범운송 △역사연구·보전, 스포츠 교류 등 순수 민간접촉 확대 △UN 등 국제기구 통한 북한 인력 경제교육 이었다. 반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복합농촌단지 구성 △북 인프라건설 투자와 지하자원 개발 등의 사업은 '내부준비' 또는 '추진모색' 단계에 그친 것으로 통일부는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재 정부가 하는 인도적 지원은 드레스덴 구상 발표 전에도 해왔던 수준"이라면서 "드레스덴 구상 이후 눈에 띄는 지원 성과도 없었고 이를 통해 남북관계가 개선되지않았다는 점에서 드레스덴 1년 점수는 낙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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