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북한 고립 이후'의 통일외교 전략이 궁금하다
정부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결정 이후 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30일 재외공관장회의 개회사에서 "최적의 절묘한 시점에 AIIB 가입 결정을 내림으로써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자평했지만 한편으론 현실을 외면한 자화자찬이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시기'에 AIIB 가입의사를 밝힌 것은 전략적이었다. 동맹국의 반대를 감수하면서까지 선제적으로 가입하거나, 반대로 끝까지 불참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익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작 전략이 없는 듯 보이는 것은 통일외교 분야다. 윤 장관은 이 개회사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그리고 드레스덴 구상을 포함한 모든 주요 외교안보정책은 치밀하게 전략적인 토론을 통해 설계된 비전이자 국가 대전략"이라면서 "외교부가 그 중심에 서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부가 중심에 서 있다는 통일외교정책들은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은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정책이다.
동북아를 넘어 유라시아까지 뻗어나가는 외교를 하려면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하지만 외교부는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고립만을 유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북한의 고립이 의미 있으려면 북한이 고립 탈피를 위해 우리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외교부 장관의 평가가 자화자찬이 되지 않으려면 이제는 '북한 고립 이후'의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관련기사]
- [박소원 기자의 외교·통일 포커스 '드레스덴 구상' 발표 1년] 북, 흡수통일 반감에 민간단체 지원사업까지 '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