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기본적 가치 공유' 삭제의 의미는
지난해 한일 기자교류 프로그램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외교관들로부터 종종 들었던 말은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 같은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 국가"라는 것이었다. 처음 그 말을 듣고 낯설다고 느낀 것은 그 기본적 가치들이 그렇게 특별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중에는 당시 과거사 문제로 한국과 중국이 공조해 일본을 공격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중국과 친해지려는 한국을 끌어당기는 요소로 가치 공유를 얘기한 것이라고 이해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중국을 비하하기 위한 화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몇달 뒤 한국에서 일본 외교관에게 이 얘기를 다시 들었을 때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경제대국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일본 입장에서 한국이 자국보다 경제규모는 작지만 대화상대로 받아들일 정도는 된다는 뜻에서 한 말일 수 있다는, 조금은 굴욕적인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니 민주주의니 인권이니 하는 가치는 '더 선진'인 국가가 '덜 선진'인 국가에게 주로 하는 표현 같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와 '2015년 외교청서'에서 우리나라에 대해 "자유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등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다"는 표현을 삭제한 것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일본과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한국은 이제 일본의 대화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뜻일 수도 있고, 또 중국과 한국이 같은 부류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것이 한국에 대한 유대감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증거가 아닐까 하는 점이다. 더 나아가 한일간 얽힌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절대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어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가 더욱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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