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 … 잊지 않을게"

2015-04-14 11:05:20 게재

다시 가 본 안산 단원고

텅 빈 교실, 그리움 가득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닷새 앞둔 지난 11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 교정은 평온했다. 1년 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친구들의 무사귀환을 빌며 선후배들이 촛불을 들었던 운동장엔 벚꽃이 만개했다.

하지만 본관 3, 4층 복도에 들어서자 1년 전 사고 당일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2학년이 사용했던 10개 교실은 교실명패와 책상, 의자, 소품까지 1년 전 그대로 보존돼 있다. "졸업이라도 할 수 있게 3학년이 되는 올해까지 보존해 달라"는 유족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모든 책상에는 '잊지 않을게'라는 제목에 희생 학생들의 이름과 재학기간, 학번이 적힌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에 보존된 2학년 2반 교실. 칠판에 희생 학생과 교사에 대한 추모글이 빼곡하다. 책상과 교탁에는 친구들이 보낸 사탕과 종이학 등이 놓여 있다. 안산 곽태영 기자


빈 책상과 칠판, 교탁, 창문 등에는 '그날'의 애절함을 느낄 수 있는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너무너무 보고싶다' '꼭 살아 돌아와줘'라며 실종자를 애도하는 글이 빼곡하다. 친구들과 학부모들이 두고 간 과자와 사탕, 꽃, 종이학도 한가득 놓여있다. 복도에는 안산 송호고, 신길고 등 인근 학교는 물론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 보낸 응원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일본 오사카에 사는 '토미시마 미키'씨는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자에게 추도의 뜻을 전한다"며 1000만리 종이학을 접어 보냈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슬픔도 켜켜이 느껴진다. '동영 아빠'는 아들의 책상 위에 "오늘은 너의 환청이 들리더구나. 불금이라고 친구들과 어울리게 용돈 좀 달라고…. 사랑하는 동영아,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잘 있지? 너희들의 분노, 억울함 꼭 밝혀줄게"라는 편지를 남겼다. 2학년 2반 교실에서 만난 고 신승희 양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근처를 지나가기도 힘들었는데 한바탕 울고 나서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한 두 번씩 교실을 찾아와 청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원고 3학년은 현재 생존학생 75명과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13명이 전부다. 학생들은 4개 반으로 나눠 수업을 받고 있다. 교내에 상주하며 생존학생 치유를 돕고 있는 김은지 마음건강센터장은 "생존학생들의 심리는 시기와 상황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1주기가 되면서 우울감 등이 더할 수 있다"며 "어른들이 세월호 관련된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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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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