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안전정책에 학생 교사는 외면
매뉴얼, 대부분 내년 이후부터나 작동 … 안전예산 30조 조달방안은 있나
세월호 참사 1주년. 그동안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수많은 정책을 쏟아냈다. 안전관련 핵심 키워드도 '현장' '생존교육'이 중요하다며 강조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은 현실감을 느끼지 못했다. 안전교육이 이론에 치우치거나 형식적인 체험학습에 그쳤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교육분야 안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종합대책은 △안전관련 정책 중점연구소를 지정, 학교 및 교육시설 안전진단연구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 체계적 안전교육 실시 △학생 안전교육 7대 표준안 개발 보급 △학교생활 안전 매뉴얼 앱(APP)개발 보급(2015년 3월 보급) △학교안전관리지도사 자격 신설 추진 △모든 교원대상 안전교육 연수 실시 등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든 교원을 대상으로 15시간 이상 안전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하지만 현장대응력을 높인다는 취지로 시행한 이 대책을 제대로 진행한 곳은 별로 없다. 지난해 교육을 맡아 진행한 한 강사는 "이론교육이 아닌 생존교육 중심으로 진행하려 했지만, 시간부족을 이유로 약식(?)교육으로 시간을 때우려는 곳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나마도 수도권과 대구시교육청 소속 학교 등 일부에서만 제대로 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학교생활 안전 매뉴얼 앱'을 올해 3월 각 학교로 보급 했다. 나머지 정책은 진행중이거나 내년 또는 2017년에야 실행이 가능하다.
지난해 12월 국민안전처도 '전국 안전체험시설안내'서를 학교에 내놨다. 안전체험관 10곳, 교통체험시설63곳, 소방체험시설 35곳, 민방위체험훈련장 23곳 등 총 131개 시설을 묶어 안전체험공간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평택 한 고교 교장은 "급하게 만들어진 국민안전처가 급하게 만들어 내놓은 정책"이라며 "안전처가 제시한 시설들 중에는 체험보다 설명이나 관람형 시설이 많아 생존교육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올해 4월 교육부가 내놓은 '안전체험학교 시범실시'에 일선학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안전체험학교는 기존 운영중인 종합안전체험관을 대상으로 전국 10개시설을 공모로 선정했다. 학교에서 체험할 수 없는 각종 안전체험을 손쉽게 하고 교육과정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생들에게 위기 대응능력을 키워준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도 강원도 태백의 '한국청소년 안전체험관'을 제외하면 대부분 소방관련 시설뿐이다.
◆안전정책 대부분 2017년에나 가능 = 정부가 발표한 안전예산 확보 방안도 실현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5월 19일 박 대통령은 담화발표에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29일에는 2015년 안전관련 예산을 17.9% 인상한 14조 6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올해 이완구 총리가 취임하면서 안전관련 대책을 더 쏟아냈다.
정부는 3월 30일 이완구 국무총리 주재로 중앙안전관리위원회를 열고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심의·확정했다. 세월호 사고 1주년을 앞두고 마련한 재난안전 중장기 계획들이다.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내용 중 안전교육 의무화가 눈에 띈다. 올해 9월 확정되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에 안전교육 의무화를 명시했다. 하지만 이도 2017년 정규과정에서나 가능하다.
게다가 국민안전처는 별도교과 신설을, 교육부는 기존교과에 단원추가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엇박자가 나는 상황이다.
이어 우리사회 각종 위험요소를 발굴한다는 '국가안전 대진단'을 선포하고 4월말까지 마친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정부는 이 사업에 5년간 총 3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밝힌 안전예산보다 훨씬 큰 규모다. 하지만 구체적 예산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상당수 정책은 국회를 통과해야만 실현 가능성이 있다.
서울 마포구 한 고교 교사는 "정부가 쏟아낸 엄청난 정책과 예산이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 의심이 든다"며 "세월호 1주년이 되니깐 여야가 한목소리로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는데 진짜 밉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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