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 │ 중국-러시아 신밀월 과시

미·일 밀월에 맞선 중국-러시아의 '오월동주'

2015-05-14 11:33:36 게재

중, 미·일동맹 맞설 군사외교적 필요성 … 러, 중과의 경제협력 절실

미국과 일본이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양국의 군사협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도 지중해에서 첫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는 등 양국간 밀월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리는 2차 대전 승전 기념 군사 퍼레이드 참관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국가로부터 고립을 탈피하려는 러시아와 '일대일로' 정책 등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서의 세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푸틴, 시진핑에 "우리의 위대한 친구" =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독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방 정상들이 불참했고 옛 소련권 국가들과 중국, 인도, 쿠바, 몽골 등 27개국 지도자들만이 참석했다.

서방 국가들의 외면 속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승전기념식 참석은 돋보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행사 내내 옆자리에 앉은 시 주석과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며 양국의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1만6000여명의 군인이 동원된 열병식 행사에는 러시아군 외에 중국, 인도, 몽골 등 2차대전에 참전한 10개국 군대가 참여했다. 열병식에 9번째로 입장할 예정이었던 중국 의장대는 러시아의 배려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에 대해 중국 환구시보는 "중국군 의장대는 열병식 입장 순서에서 '특별 대우'를 받았다"며 "외교에서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8일 열린 양국정상회담에서도 화기애애 분위기가 확인됐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회담을 마치고 나온 뒤 "우리의 위대한 친구"라고 시 주석을 추켜세웠다.

양국은 지난해 5차례의 정상회담 후 올해도 정상회담을 가지며 '중-러 신밀월기'를 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1일 반장롱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과 기념행사 참석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지중해에서 첫 합동군사훈련 =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미일간 군사협력으로 동아시아의 패권을 위협받고 있는 중국은 합심해서 미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일방적으로 전세계적인 범위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개발하고 배치하는 것은 국제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며 지구의 전략적 안정과 안보를 해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이 "승전기념식에 맞춰 양국이 현안을 논의하게 돼 뜻깊고 기쁘다"고 말한 데 대해 시 주석은 "러시아 못지않게 중국은 일본에 맞서며 큰 피해를 봤다. 이 때문에 러시아와 중국은 오늘날 강한 동지애를 가지게 됐다"고 화답했다.

'동지애'를 강조한 중러는 미일의 군사협력 강화에 발맞춰 합동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중국신문망은 11일 중국군과 러시아군이 지중해에서 처음으로 '해상연합-2015(1)'이라는 합동군사훈련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21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연합해상훈련에 양국은 함정 9척을 투입했다.

해상방어, 해상보급, 선박호송, 수송안전 보장 등으로 구성된 이번 연합훈련은 원거리 항해 안전 보호, 중러 양국의 협력 강화 및 해상안전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능력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중국 국방부는 설명했다.

이번 중러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한 전문가는 "미일이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동맹을 한층 강화시키는 것에 대응해 중러가 '보여주기식' 훈련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일 같은 찰떡공조 기대는 어려워 =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서부 노선' 가스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러시아 고속철도 사업 공동 투자를 약속하는 등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행보도 선보였다.

서부 노선 사업은 러시아 서부 시베리아의 알타이 지역에서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 지역으로 연결되는 약 2700km의 가스관을 깔아 연 300억㎥의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는 서부 시베리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이 가스관을 통해 중국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 고속철도 사업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와 중부도시 카잔을 잇는 철도(770km 길이) 건설 사업으로 1조 루블(197억 달러·21조 4670억 달러)을 공동 투자키로 합의했다. 중국은 이 고속철 건설에 약 3000억 루블 이상을 투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관계 강화를 통해 경제적 외교적 실리를 챙기고 있다.

중국은 영유권 분쟁으로 미국과 일본, 필리핀에 '포위'된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이에 대응할 군사외교적 포석을 뒀다는 평을 듣고 있다.

또 주변국과의 관계강화 정책으로 꼽히는 '일대일로'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는 필수적이다.

러시아는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로 압박을 받아왔으나 중국과의 경제협력으로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군사협력 측면에서 '찰떡공조'를 보이고 있는 것에 비해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는 '오월동주'의 성격을 띠고 있어 미일관계만큼의 강력한 협력관계를 보일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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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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