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 막바지 다다른 한일 위안부 문제 협의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본정부 향한 제언'이 통했나
관계자 처벌 등 강경요구 빠져 … 일 언론 "아베 '책사' 방한, 위안부 논의"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논의를 위한 한일 국장급 협의'는 지난 11일까지 총 8차례 열렸다.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 진전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이 협상 진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대신해 협상 테이블에 나서고 있는 만큼 협상 내용의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견은 중요한 협상 변수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협상 결과는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기 때문에 관련 단체들의 입장을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를 향한 제언' = 한일 국장급 협의가 진행되던 시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6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아시아지역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롯해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를 향한 제언'을 발표했고 올해 13차 회의에서도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이 그동안 일본에 요구했던 '법적 책임'의 예시를 나열한 것이다.
'일본 정부를 향한 제언'에는 △일본정부 및 일본군이 군 시설로 위안소를 입안·설치하고, 관리·통제했다는 점 △여성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위안부·성노예'가 되었고, 위안소 등에서 강제적인 상황에 놓였었다는 점 △일본군에게 성폭력을 당한 식민지, 점령지, 일본 여성들의 피해는 각각 다른 양태이며, 또한 그 피해가 막대했고,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당시의 여러 국내법·국제법에 위반되는 중대한 인권침해였다는 점 등의 사실과 책임을 인정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번복할 수 없는 명확하고 공식적인 방식으로 사죄할 것 △사죄의 증거로 피해자에게 배상할 것 △진상규명 : 일본정부 보유자료 전면공개, 일본 국내외에서의 새로운 자료조사, 국내외의 피해자와 관계자의 증언조사 △재발방지 조치: 의무교육 과정의 교과서 기술을 포함한 학교교육.사회교육 실시, 추모사업 실시, 잘못된 역사인식에 근거한 공인의 발언금지 및 공인 외 발언에 대해서는 명확하고 공식적으로 반박할 것 등의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과거보다 유연해진 '가이드라인' = 제언을 통해 한일 당국에 협상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 셈이다. 이에 대해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헌재 판결 이후에 '법적 책임'이 무엇인지 계속 토론해왔고 그걸 정리한 게 이 제언"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인도주의·도의적 책임이 아닌 법적 책임을 지고 배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은 그대로 담겨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에는 천황 사죄와 관계자 처벌 등의 강경한 요구도 있었다는 점에서 이 제언은 유연해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일 당국이 협상을 하는 데 있어 큰 부담을 덜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동북아의 두 동맹인 한일의 불협화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도 한일간 협상에 압박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위안부 문제 마무리되나 =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에 있어 상당한 진전(Considerable progress)이 있으며 현재 협상의 마지막 단계(Final stage)에 있다"고 말해 국장급 협의가 막바지에 다다랐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아베 신조 총리의 '책사'로 불리는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장을 한국에 보낼 것이라고 보도해 위안부 문제 협의 마무리를 위한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야치 국장은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고 타개책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져 오는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계기로 양국이 위안부 협상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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