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중국이 중앙아에 공들이는 이유

강대국 야망 이루기 위한 관문 … 서진정책 '신호탄'

2015-07-22 11:23:35 게재

시진핑 중앙아 5개국 모두 방문 … "중앙아, 역사적으로 패권국이 노린 지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9월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을 순방했다. 2014년 9월에는 타지키스탄까지 방문해 중앙아 5개국을 모두 돌았다.

시 주석이 중앙아를 순방한 것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평가대로 '실크로드 경제지대 건설을 위한 로드쇼'였다.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중 '일대 건설'을 위한 정지작업이었던 셈이다.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 서북-중앙아-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지대(일대) 건설과 중국 남부-동남아-인도-유럽으로 이어지는 21세기 해상실크로드(일로) 건설의 두 축으로 나뉜다. 과거 동진정책을 펴왔다면 이제는 서쪽으로 고개를 돌린 것이다.


경제발전·지역협력 수준 낮은 중앙아 = 시 주석은 2013년 카자흐스탄 방문 때 "중국과 중앙아시아가 서로 손을 잡고 새로운 실크로드 경제권을 만들어 공동번영과 협력의 시대를 열자"며 실크로드 경제지대(일대) 프로젝트를 공식 제안했다.

시 주석은 새로운 '실크로드 경제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각국이 지역협력 계획과 수단을 만들고 교통망 연결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각국의 교통망 연결을 통해 태평양에서 발트해까지 연결되는 통로를 만들고 더 나아가 동유럽, 서아시아, 남아시아까지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강조했듯 실제 중앙아 지역의 지역협력 수준과 교통 인프라 구축 상황은 저조한 실정이다. 이선진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는 "중앙아는 철도가 물류수송의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들간이나 중국과의 연결 철도는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역협력 역시 '해상 실크로드(일로)'의 관문 격인 아세안과 대조를 이룬다. 이 교수는 "중앙아는 1990년대 초 소련으로 독립한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벗어나지 못하고 국가건설에 주력하고 있어 지역협력 수준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아세안은 올해 말 아세안공동체 설립을 추진 중에 있으며 교통 인프라 측면에서도 도로, 항공, 해상 연계망이 모두 발달돼 있다.

인구나 경제발전 수준도 차이가 크다. 아세안 10개국 인구는 6억4000만명이지만 중앙아 5개국 인구는 6600만명에 불과하다. GDP도 2950억 달러(2013년 기준)로 아세안의 2조4000억 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중앙아 국가 중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카자흐스탄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000~1만3000달러로 말레이시아와 비슷하지만 싱가포르나 브루나이보다는 훨씬 작은 편이다. 우즈베키스탄의 1인당 국민소득은 1800달러로 아세안의 저개발 국가인 CLMV(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 수준이다.

중국-중앙아-유럽을 잇는 꿈 = 시 주석은 중앙아 방문 시, 투자 및 무역협력 강화, 위안화 등 지역통화를 통한 국제결제 확대가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이 경제적 매력이 떨어지는 중앙아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선진 교수는 "중국이 '일대' 전략을 추진하는 데에는 단순히 경제적 이득만을 생각한 것이 아니다"라며 "중앙아, 러시아, 유럽, 나아가서 미국까지 겨냥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아는 역사적으로 세계 대국의 야망을 가졌거나 고대 실크로드와 같이 대외 교역 영역을 넓히려는 국가들이 패권을 노리던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일대'의 관문인 중앙아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과거 중앙아 지역은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해 중국이 진출하기 부담스러운 곳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위상이 약해지면서 중국이 그 빈자리를 파고들었다. 막강한 경제지원이라는 당근을 들고 중앙아 포섭에 나선 것이다. 중앙아 국가들은 인프라 건설과 경제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중국의 제안을 반기고 있다.

중국은 중앙아를 공동 개발하자는 제안으로 러시아의 지지도 얻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서구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다.

여기에 EU의 전략적 협력도 끌어내겠다는 포석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유럽을 방문해 'EU 인프라기금' 창설에 참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경제적 지원과 함께 '중국-중앙아-유럽'으로 이어지는 경제지대 구상에 대한 유혹이 강한 만큼 이들 국가의 동참을 이끌어내기가 어렵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은 우리나라에도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는 "일대일로 전략으로 중앙아, 동남아, 남아시아에서 우리 경제 진출 기회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세계전략 가운데 한반도의 위상이 계속 바뀌고 자칫 우리 의도와 달리 우리 운명이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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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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