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한일관계 관련 4개 문서
고노·무라야마·간 담화 모두 식민지배 반성·사죄
종전 70주년 아베 총리 담화에서 '과거 내각 인식 계승' 여부 주목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 발표를 앞두고 이번에도 '사죄'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사죄에 관련해 일본 국민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사죄가 이뤄졌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 국민들은 일본 정부의 제대로 된 사죄가 없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아베 총리 집권 이후 일본 정부의 우경화 행보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지만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번도 사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매번 새로운 일인 양 사죄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과거에 공표했던 입장을 계승, 준수하라고 하는 것이 일본정부에 더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90년대 냉전 종식 후 유연해진 일본 = 일본은 1990년대 들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채 거품 붕괴로 인한 경기 침체를 겪었다. 정치적으로는 자민당 일당 독주 체제가 무너지는 상황이 전개됐고 국제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진영간 대립상태였던 냉전 체제가 무너지고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1990년 처음 한국언론을 통해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제기됐고,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위안부 피해에 대한 증언을 하면서 위안부 문제는 한일간 주요 이슈가 됐다.
과거 위안부 존재를 부정해왔던 일본 정부는 조사에 나섰고 2차 조사가 마무리된 1993년 8월 4일 고노 관방장관이 담화를 발표했다. 이 담화에서 "위안부의 모집과 관련해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들이 주조 가담하였으나 그 경우에도 감언, 강압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모집된 사례가 많고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한 경우도 있었다는 게 확실하다. 또한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에서 고통스러운 것이었다"고 밝혀 일본 정부가 관여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이후 들어선 무라야마 내각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역사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1990년대 냉전시대가 종식하면서 서서히 이뤄진 변화였다.
무라야마 총리는 "마침 전후 50주년이었기 때문에 전후부터 지금까지의 국내문제와 국제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고 해결책을 강구하여 과거를 매듭짓는 것이 이 내각에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무라야마 총리는 종전 50주년을 맞아 식민지 지배와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온건 보수세력의 합리적 외교 = 자민당 소속인 오부치 총리도 강경 보수주의자라기보다 온건한 보수 쪽이었고 친한파로 분류되는 인사로 당시 김대중 정부와의 한일관계 개선이 급속도로 이뤄질 수 있었다.
오부치 총리는 미일동맹과 아시아 외교의 균형을 중시하는 공명당과의 협력해왔기 때문에 대외관계에 대해 유연성 있고 합리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일 양국은 1998년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 정상은 '21세기의 새로운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에서는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인식의 바탕에서 한일 양국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보편적 이념에 입각한 협력관계를 양국 국민간의 광범위한 교류와 상호 이해에 기초하여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나간다는 결의를 표명했다.
한일병합 100주년을 맞은 시기 일본 총리로 있었던 간 나오토 총리는 민주당 인사로 시민운동가 출신이었다.
간 총리는 2010년 한일관계에 대한 담화를 냈다. 이 담화에서 그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심정을 밝히고 "민주주의 및 자유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중요하며 긴밀한 이웃국가가 되었다"고 발표했다. 한일간에 과거사 문제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문서가 여러 차례 나온 것이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아베 총리가 사회당 총리나 민주당 총리가 냈다는 이유로 과거 내각의 공식 발표를 부인하는 것은 국가로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라면서 "정권이 어느 쪽이었든 각의 결정을 통해서 나온 것을 지키는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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