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고 가난할수록 개인·물질주의 성향 높아

2015-08-20 11:13:57 게재

북한주민 100명 대상 조사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돈주(사금융업자)가 등장하는 등 북한이 시장경제를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연령이 낮고 경제상황이 열악한 북한 주민들이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적 성향이 더 강하다는 조사가 나왔다.

북한대학원대 SSK연구단이 3~6월 제3국 관계자에 의뢰해 실시한 북한주민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계층이 하층인 경우 수평적 개인주의 점수가 3.91점(5점 만점)으로 상층의 3.25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수평적 개인주의란 자신을 집단의 성원으로보다는 자율적인 개인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며 다른 사람들과 대등한 관계에서 자율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성향을 뜻한다.

연령대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다. '수평적 집단주의' 조사에 따르면 20대가 4.18점, 30대가 3.96점, 40대가 4.43점으로 나타나 40대보다 2030대의 집단주의 성향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평적 집단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서로를 비슷하다고 여기며, 공동체적 목표를 강조하고, 대인관계를 중시하는데 북한의 2030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공동체적 동질감을 낮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지역별로는 평양 주민들이 여타 지역 주민들에 비해 수평적 집단주의 성향이 강했고 부업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도 수평적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물질주의 성향 조사에서도 30대와 경제적 하층의 수치가 두드러졌다. 30대는 청소년기인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며 배급이 중단되면서 북한 사회의 어려움을 겪은 동시에 시장경제를 맛본 세대다.

'많이 소유할수록 만족감을 느끼고 타인의 성공에 질투를 느끼는 정도(물질주의만족질투)' 조사에서 북한의 30대는 3.76점으로 나타나 20대 3.25점과 40대 2.92점보다 강한 물질주의 성향을 보였다.

또 경제적 계층에 따른 구분에서 상층의 물질주의만족질투 성향은 2.95점에 불과했으나 하층은 3.51점으로 나타나 경제수준에 따라 물질주의 성향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하층일수록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어 생계를 해결해야 하고, 물질주의와 개인주의가 상대적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연령대에서도 최근 '장마당 세대'라는 표현이 잘 나타내고 있듯이 젊은 사람일수록 개인주의, 더욱이 경쟁을 중요시·당연시하는 수직적 개인주의가 상대적으로 발달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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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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