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 일본 아베 총리, 안보법안 통과 강행
국회 앞에 12만명 모여 반대해도 까딱않는 아베 총리
미일안보조약 개정한 외조부가 아베 롤모델
대규모 시위에 대해선 "국민이 오해하는 것"
안보법안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대규모 시위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법안 처리를 강행할 모양새다. 8월 30일 전국적으로 열린 '안보법안 폐기' 요구 시위에 대해 일본 정부는 국민들이 오해하고 있다며 강행 처리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의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는 '강한 일본'의 부활을 꿈꾸는 아베 신조 총리의 신념이 꺾이지 않는 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베 "지지율 연연치 않겠다" = 아베 총리는 지난 7월 20일 일본 후지TV에 출연해 안보법안 추진으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과 관련해 "지지율이 낮으니 그만둔다는 것은 본말전도"라며 "그것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면 인기만을 목표로 하는 정권이 돼 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지지율만을 소중히 여겼다면 애초에 이런 법안을 통과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지지율을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를 받으면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우리 선배들도 그러했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말하는 '선배' 중에는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총리가 있다. 1960년 기시 총리는 미일 안보조약을 개정 추진했고 당시 일본 국민 36만명이 관저를 둘러싸고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였다. 결국 기시 총리는 안보조약을 개정한 뒤 총리직에서 사임해야 했다.
이명찬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는 "아베 총리는 외할아버지가 안보 법안을 통과시켜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이 전담했던 안보의 짐을 일본이 일부 맡아 안보공백 우려를 막았고 이후 일본이 경제성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자신도 안보법안을 통과시켜 역사에 길이 남는 총리가 되기를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가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이면에는 국민들이 안보법제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반대한다는 인식이 깔려있기도 하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도쿄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은 다음날인 8월 31일 안보법안과 관련해 "평화안전법안인데 일부 야당이나 매스미디어가 전쟁법안이라고 하거나 징병제 부활 등 선전을 하고 있다"며 "국회 심의에서 오해를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법안 통과 가능성 높아 = 아베 총리는 안보법안 처리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면서 통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7월 중위원에서 법안이 통과되자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지만 8월 종전 담화 발표를 통해 지지율을 반등시켰다. 엇갈린 평가가 나오기는 했지만 주변국들이 주장했던 침략, 식민지배, 반성, 사죄의 4개 키워드를 모두 포함시키면서 주변국의 반감을 줄인 것이다.
조세영 동서대 특임교수는 "70주년 종전 담화도 아베 총리 기준에서는 톤다운한 것"이라며 "안보법제 통과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그전에 외교마찰이 심해지지 않도록 조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들 사이에서 전쟁 참가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을 고려해 다국적군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표명한 것도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조 교수는 "원자력 발전소를 재개한다고 할 때도 시위가 많았는데 결국 재개했다"면서 "이번에 안보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99.9%"라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8월말 40%를 훌쩍 넘긴 가운데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의원에서 자민당의 의석이 모자라지만 보수적 입장을 가진 다른 당 의원을 최대한 끌어들여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참의원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헌법에 따라 중의원에서 재의결하도록 돼있는데 공명당이 기존 입장을 바꿀 경우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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