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제 우려' '우익에 대한 반감'...일본 국민들의 복잡한 속내

2015-09-02 11:13:11 게재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기로 유명한 일본 국민들이 아베 신조 총리의 안보법제 강행 처리에 반발해 거리로 나섰다. 지난달 30일 전국 300여곳에서 안보법안 반대 시위가 열린 가운데 도쿄 국회의사당 주변에만 12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여들었다.

시위대는 '전쟁하게 하지 마라' '헌법을 지켜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현재 심의 중인 안보법안의 폐기를 주장했다. 아베 총리가 '적극적 평화주의'를 강조하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아베 총리의 이러한 구상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전쟁을 통해 값비싼 교훈을 얻은 바 있다. 1900년대 초중반 일본은 총동원령을 내려 전국민을 전쟁터로 내몰았으나 전쟁에서 패했다. 일본인들에게 남겨진 전쟁의 이미지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로 인한 참상이었다. 그 이후 일본인들에게는 전쟁을 하게 되면 처참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각인됐다.

반대로 1950년 '안보는 미국에 맡기고 경제에만 집중한다'는 '요시다 노선'을 채택한 이후 일본은 눈부신 성장을 거뒀다. 이러한 체험을 하면서 일본 국민들은 자연스럽게 전쟁 반대의 DNA가 내재화됐다.

이러한 경험적 바탕에 최근 대규모 시위가 촉발된 데는 '징병제' 문제 등 피부에 와닿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일본전문가는 "거의 시위를 하지 않는 일본인들이 대규모로 시위를 하게 된 것은 군대에 가야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라며 "각의 결정으로 헌법 해석을 변경한 아베 정부가 모병제를 징병제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군대에 갈 수 있다는 불안감과 아베 정부의 비민주적인 행태, 우익들에 대한 반감 등이 복합적으로 표출되면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의 저항이 일본 정부의 궁극적 목표인 '동북아 패권 유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닌 만큼 정부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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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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