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한층 가까워진 한중, 북중관계도 바뀔까
여전히 앙금 남은 북한 … 중국, 달래기 시작
불편한 북중 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
북 당 창건기념일에 중국 파견인사 관심
지난 3일 중국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 열병식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의 위치는 한중관계와 북중관계의 달라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한때 '혈맹'임을 자랑했던 북한과 중국은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새로운 우방이 된 한국과 중국은 가까이에서 밀월을 과시했다.
전승절을 계기로 한국과 6번째 정상회담을 가진 중국은 이제 서서히 북한 달래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시진핑 방한에 배신감 느낀 북한 = 북중관계의 악화 원인을 먼저 제공한 것은 북한이었다. 2013년 2월 북은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3차 핵실험을 감행했고 같은해 12월 장성택을 숙청했다. 이 사건들을 계기로 북중관계는 급격히 냉각됐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중국은 불편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한 지 만 4년이 다 됐지만 북중정상회담은커녕 고위급 교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펴는 동안 중국은 북한을 외면했다. 과거와는 다른 대응이었다. 오히려 중국은 북한이 보란 듯이 한국을 먼저 방문했다.
지난해 시 주석이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에 대해 북한이 느꼈던 배신감과 충격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소장은 "작년 7월 시진핑 주석이 방한하고 정상회담에서 보였던 태도가 북한에 큰 타격을 줬다"면서 "북한의 중국에 대한 태도는 작년 7월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초 열렸던 한중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북핵 불용 원칙을 재확인했다.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해 2013년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심각한 위협'이라고 표현한 것에서 더 나아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고 한 것에 대해 북은 강하게 반발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작년 7월 기점으로 북 입장 변화 = 2014년 한중정상회담이 있은 뒤 북한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동참하고 한국을 먼저 방문한 것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지난해 7월 21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 담화에서 북은 "일부 줏대 없는 나라들도 맹종해 미국의 구린내 나는 꽁무니를 따르면서 저저마다 가련한 처지에 이른 박근혜를 껴안아보려고 부질없이 왼심을 쓰고(조바심을 내고) 있다"며 중국을 비난했다.
북중 우호조약 체결 기념일인 지난해 7월 11일과 같은달 27일 북한의 전승절 기념 중앙보고대회에서도 과거와 달리 북중 친선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달 초 열린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대해서도 북한 매체는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어 중국에 대한 북한의 심리가 어떤 상태인지를 보여준다.
◆중 "최룡해 참석, 북중관계 중시 의미" = 여전히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북한에 대해 중국은 서서히 관계 개선의 손짓을 하고 있다.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최룡해 비서의 중국 열병식 참석에 후한 평가를 내놓은 것도 일례다.
리진쥔 주북 중국대사는 최 비서가 대표단을 이끌고 기념활동에 참석한 것은 "항전 역사를 새기고 평화·정의를 수호하려는 김정은 제1비서와 당, 정부의 굳은 신념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하고 "중조(북중) 전통 우호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7일 밝혔다. 8일에는 시 주석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두 나라 사이의 친선협조관계를 끊임없이 공고히 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에 적극 이바지할 것"이라는 내용의 축전을 김 제1위원장 앞으로 보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오는 10월 10일 북한의 당 창건기념일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이 고위급 교류의 물꼬를 틀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과 중국은 한동안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당 창건기념일에 중국이 어떤 급을 보낼지, 김 제1위원장을 만나느냐에 따라 관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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