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통일 포커스

빨리 통일하자는 사람일수록 '5·24 해제 더 찬성'

2015-09-17 12:46:42 게재

국민들 '경제협력이 인도지원보다 통일에 더 도움' 인식

8·25 남북 합의로 오랜만에 한반도에 비쳤던 햇살이 북한의 도발 시사로 다시 구름 뒤로 숨었다.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한 이렇다 할 지렛대가 없는 정부는 '추가 제재' 경고를 보내며 북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회교류와 경제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시돼 왔으나 좀처럼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8월 말 고위급 접촉에서도 남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고 합의했지만 이 역시 지켜질 수 있을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경제협력을 막고 있는 5·24조치와 관련해 이 조치로 인해 북한이 입는 피해보다 우리가 입는 손해가 더 크다는 조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이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경제협력이 통일에 기여한다' 60% 넘어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서 발표한 '2015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사회문화교류보다 남북 경제협력이 통일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통일에 대한 영역별 기여도' 조사에서 경제협력은 65.6%를 차지해 사회문화(62.5%)나 인도지원(50.8%)보다 높게 집계됐다.

특히 조사가 시작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경제협력이 인도적 지원보다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항상 높게 분포했다.

2007~2015년 9년 평균을 내보면 인도적 지원의 통일 기여도는 51.6%였고 경제협력의 통일 기여도는 64.4%로 나타나 경제협력 비중이 12.8%p 더 높았다.

인도적 지원이 통일에 가장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2007년 57.4%로 가장 높은 비율 기록한 뒤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5·24조치 해제를 통한 남북경제협력에 관심을 쏟기보다 모자보건 사업 등 대북 인도 지원에 집중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인식이다.

또 주목되는 부분은 5·24조치 해제에 찬성하는 사람들 중에서 빨리 통일해야 한다(조기통일)는 답변이 가장 높게 나온 것이다. 5·24조치 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답변이 제일 많았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조기 통일을 원하는 사람들 중 34.9%가 5·24조치 해제를 찬성했고 반대는 9.4%에 그쳤다. 반면 현재대로가 좋다는 사람들 중에서는 27.6%가 5·24조치 해제에 찬성했고 반대는 21.2%로, △조기통일 △여건성숙 △무관심의 다른 견해에 비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북한 영공 우회로 연간 120억 손실" =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도 5·24조치 해제가 필요하지만 대북 투자 제한으로 인한 우리기업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도 5·24조치가 해제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태경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새누리, 부산 해운대·기장을)는 14일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우리 국적기들이 북한 영공을 우회하면서 연간 120억원이 손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북한 영공 우회할 경우 러시아행은 40분, 미주행은 40분씩, 거리상 각각 260마일과 150~260마일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국적기인 대한항공은 약 90억원, 아시아나는 약 30억원 등 연간 총 120억원 손실이 발생한다.

북한 영공통과 불허조치가 2010년 5월부터 실시됐기 때문에 약 5년동안 600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은 셈이다.

하 의원은 "북한영공통과 불허조치는 지난 2010년 5·24조치로 현재까지 국적기의 미주 및 극동 러시아 항공편은 북한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경제적으로만 볼 때 국적기가 북한 영공을 통과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5·24조치로 대북 무역이 중단되면서 우리 기업이 입은 손실이 3년간 89억 달러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남북경협비대위 조사에 따르면 같은 3년간 북한이 입은 손해는 22억에 불과했다. 남북무역의 빈 자리에 북중무역이 들어서면서 우리 중소기업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봤다.

이와 관련해 정은이 경상대 교수는 '5·24조치가 북중무역에 미친 영향에 관한 분석' 논문에서 5·24조치는 한국인에게 대북무역의 장벽을 높이는 효과를 주고 중국인에게는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5·24조치의 영향력 안에 있는 한국인은 대북무역에서 배제됐고 제도밖에 있는 중국인은 경쟁자의 부재와 함께 편익의 증대 효과를 얻었다"면서 "이에 따라 5·24조치 이후 한국인 대북사업가가 거의 남지 않게 됐고, 중국은 5·24조치가 실시된 이후 중계무역 등 자국의 무역제도를 충분히 활용해 효용을 극대화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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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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