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포스트 2015' 위한 유엔 개발정상회의
빈곤 퇴치에서 양극화 해소까지 … 보편성 제고
새천년개발목표 대체할 '지속가능개발목표' … 한국, 지속가능 농업 분야 등 기여
2001년부터 15년간 개발도상국의 빈곤퇴치에 기여해온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의 임기가 끝나고 그 자리에 'post 2015' 어젠다인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가 들어선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2016~2030년을 이끌 글로벌 개발의제를 만들기 위해 협상을 벌여왔다. 최근 8개월간 정부간 협상을 해온 결과 지난 8월 17개의 의제와 169개의 세부목표를 이뤄진 최종문안에 합의했고 25일 미국 뉴욕에서 열릴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 이를 정식 채택할 예정이다.
◆새천년개발목표보다 보편성에 무게 = 지난 15년간 국제사회의 개발협력에서 가장 중시됐던 것은 '기아와 빈곤 퇴치'였고 그래서 새천년개발목표의 첫번째 목표도 '기아와 빈곤 퇴치'로 설정됐다. 실제 새천년개발목표는 역사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빈곤퇴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부터 시행될 지속가능개발목표에서도 여전히 빈곤 문제와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지난 8월 최종합의된 '2030 지속개발가능목표'에서 유엔 회원국은 2030년까지 하루 1.25달러(약 1456원) 미만으로 생활하는 전 세계 극빈층을 2030년까지 근절하고, 빈곤 속에 사는 사람을 2030년까지 최소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빈곤 기아 문제가 개도국에 집중된 개발의제라면 기후, 불평등 완화, 경제성장 등의 이슈는 전 지구촌에 해당되는 문제다. 17개의 지속개발가능목표에는 △일자리와 경제성장 △혁신과 인프라 △불평등 완화 △지속가능한 도시 △기후변화 대응 등이 있으며 이는 개도국과 선진국 모두에 적용되는 보편적 의제라고 볼 수 있다.
◆새 목표 합의 위해 개도국과 선진국간 치열한 협상 = 새 개발의제가 최종적으로 보편성을 띠는 형태로 완성됐지만 그 결과물이 쉽게 도출된 것은 아니었다.
자국의 입장에 따라 선진국들은 '공동의 책임'을 주장하는 반면 개도국들은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BDR)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에 일부 의제에서 대립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선진국들은 거버넌스(제도 구축), 파트너십, 기후 환경 문제 등에 더 무게를 두는 반면 개도국들은 빈곤 퇴치나 기아 종식 문제에 더 관심이 많았다. 또 불평등 완화 문제나 재원 확보를 두고도 양쪽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재원 문제와 관련해 선진국들은 수원국들이 공여국이 제공하는 ODA(공적개발원조)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되며, 세수를 기반으로 한 국내재원이 확보돼야 제대로 된 개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수 확보만으로 개발이 어렵다고 판단하는 개도국들은 이러한 선진국의 입장을 수용하기 어려웠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기후변화의제에서만큼 극명한 대립은 아니었지만 개발재원 문제를 두고 개도국과 선진국의 시각에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재원 문제는 선진국들이 국민총소득의 0.7%를 개도국 지원에 쓰도록 하자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이중 0.15~0.2%를 최빈국에 지원하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또 민간사업이나 펀드 등의 다른 재원의 비중을 높여나가자는 의견도 포함됐다.
◆한국, 가교 역할과 함께 지속가능 농업 의제 선도 = 우리나라는 개발의제 협상 과정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 우리가 중견국으로서 신뢰를 얻고 있고 또 단기 고성장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해 개도국들의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협상과정에서 개도국들은 강대국이 주장하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그런 선입견이 없었다"면서 "우리가 개도국의 입장도 귀기울여 들으면서 가교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협상과정에서 양쪽의 중매 역할을 한 우리나라는 향후 전개될 지속가능개발목표에서 △기아 종식과 지속가능 농업 △보건과 복지 △양질의 교육 분야 △거버넌스(제도 구축) 등의 분야에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개발의제에서 새로운 농촌개발 패러다임을 제시하는데 우리의 새마을운동 경험을 공유하려 한다"면서 "또 우리가 에볼라 퇴치에 참여하고 메르스 경험도 있어서 보건 분야에서도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5~27일(현지시간) 유엔 개발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의 강점인 농촌개발, 교육, 보건, 거버넌스 등의 경험을 공유하는 기조연설과 상호대화 세션을 주재하며 개발협력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 참여 의지를 과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