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추구' 대학 본연의 기능 위기상황

2015-09-24 11:23:42 게재

경희대 특별좌담서 제기

경희대가 22일 학내 평화의 전당에서 '대학의 미래, 정치의 미래: 21세기 우리가 꿈꾸는 세계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제34회 세계 평화의 날' 기념 특별좌담을 열었다.

이번 특별좌담은 경희대가 UN 제정 세계평화의 날과 광복 70주년 그리고 UN 창설 70주년을 맞아 '함께할 우리의 가치, 그 가능성의 미래'라는 주제로 개최한 '피스 BAR 페스티벌 2015' 행사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이날 좌담에는 조인원 경희대 총장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패널로 참석했고 권기붕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장이 사회를 맡았다.

이날 패널들은 사회적 압박에 본래의 가치를 잃어버리고 기능주의 교육으로 전락하고 있는 대학과 구성원들의 고민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먼저 염재호 총장은 "경희대 미래리포트를 보면 내가 어떻게 사회에 진출할 수 있나라는 학생들의 고민이 느껴진다"며 "이같은 고민의 주된 원인으로 우리나라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한 특별한 나라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염 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50년간 경제가 평균 6.6배 성장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부터 2011년까지 287배 성장했다"며 "하지만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단계에 접어들다보니 (일자리 등의)지속성장이 어려워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인원 총장은 학생들의 고민의 원인을 '경쟁'에서 찾았다. 조 총장은 "지금 젊은 세대들은 어려서는 입시에, 대학을 나와서는 취직이라는 두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공동체의 행복, 헌신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그런 가치를 실현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패널들은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대학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정운찬 전 총장은 "(대학이 사회에 대해) 경고음을 충분히 발하고 있지 않다"며 "일단 교수들이 강의, 논문, 프로젝트 실적 등으로 평가를 받다 보니 사회적 발언을 할 기회와 여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조인원 총장은 "최근 우리 사회가 '대학이 뭐지, 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 적이 있는지에 대해 문제 제기하고 싶다"면서 "사회에, 나아가서는 인간의 문명에도 기여하는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대학의 본연의 책무일텐데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 기능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조 총장은 또 "대학이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시장, 정부 등이 요구하는 것이 너무도 달라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대학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 사회 모두가 함께 변화를 이끌어 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염재호 총장은 대학과 사회가 함께 상생·발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현대사회는 개인의 공격성, 좌절이 넘치는 '분노 사회'"라며 "이러한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학에서 다양한 가치, 학문을 접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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