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이란 경제제재 해제 앞두고 전세계 관심
자원·인구·기술 잠재력 커 … 중·일·유럽도 러브콜
사실상 한국의 중동 최대수출대상국 … "자동차·IT 기업 진출 유망"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핵무기 개발 추진을 이유로 2012년 이란에 대해 취한 원유수출, 국제 금융거래 금지 등의 제재가 이르면 내년 초 해제된다.
지난달 중순 이란은 핵협상 최종문서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시행하기 위한 자국 법을 통과시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은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두달 정도 후면 핵합의 이행에 대한 IAEA의 최종 판정이 나오고 관련국들의 경제제재 해제도 함께 이뤄질 전망이다.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등 풍부한 자원 =이란은 풍부한 에너지 자원, 인구 약 8000만명의 소비시장, 중동 최대의 제조업 기반 등 여러 분야에서 성장잠재력이 큰 국가다.
지하자원은 원유가 매장량 세계 4위, 가스가 매장량 세계 2위를 차지하며 그밖에도 아연, 구리, 철광석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8000만 이란 인구 중 60%가 소비성향이 높은 30대 이하이고 국민의 3분의 2가 고등교육을 받았다. 기초과학이나 우주과학 의료 분의 분야에서도 우수한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를 앞두고 각국들은 이렇듯 경제잠재력이 큰 이란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중순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이란을 방문해 양국간 투자협정 체결을 합의했다. 양국은 경제협력, 환경, 의료, 무역투자 등 여러 분야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는 '일본·이란 협력협의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7월 14일 협상이 타결된 지 5일 만에 독일 부총리 겸 경제에너지 장관도 이란을 찾았다. 60명이 넘는 기업인과 함께 이란을 방문한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는 이란과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 기업들은 이란의 시장 개방과 투자촉진이 침체된 유럽 경제에 생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에너지, 자동차, 백색가전 등의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일대일로'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 중국도 지정학적 위치상 이란의 중요도를 높이 평가하고 관심을 보여왔다. 이란 경제제재 하에서도 중국은 어느 정도 수준의 경제협력을 유지해왔으며 2009년부터는 이란의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서방 국가들과 갈등이 심화된 상황에서 이란이 정상화되면 든든한 안보 파트너가 생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이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이란의 주요 군수 물자 공급체계 및 방위체계는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는 지속적인 방산협력을 양국간 전략적 협력 목표로 설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재 이전 이란은 한국 6대 건설시장 = 우리 정부도 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앞두고 이란과의 경제 협력강화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8월말 대표단이 파견돼 이란과의 산업·에너지 분야 협력관계를 복원하고 주요 협력방안을 협의했다. 대표단은 제재 해제 이후 이란 정부가 추진하는 인프라 재건과 산업 다각화, 에너지개발 등을 위한 주요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참여의지를 전달했다.
사실 경제제재를 받기 전 이란은 한국의 주요 건설시장이었다. 1975년 첫 진출 후 우리나라가 대이란 경제제재에 동참한 2010년까지 국내 건설업계는 이란에서 119억 달러의 건설공사를 수주했고 이는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액 전체 6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리나라가 대이란 경제제재에 동참한 2010년 이후 신규수주는 사실상 전면 중단됐고 전체 17위로 위상이 급격히 떨어졌다.
우리나라의 대이란 교역 및 투자규모는 경제제재 강화로 2012년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바뀌었다. 수출은 대이란 제재에도 불구하고 2012년까지 증가했으나 2013년에 대폭 감소해 2014년까지 감소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입 역시 2012년 이후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로 수입규모가 감소했다.
경제제재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이란은 2014년 기준 한국의 중동 지역 제3위 수출 대상국이다. 아랍에미레이트(UAE)의 수출물량의 30% 이상이 이란으로 다시 수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란은 사실상 중동 지역 최대 수출 시장으로 평가된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자동차 가전 IT 등의 시장은 한국 기업이 진출하기 유망한 성장 요인을 가진 분야로 제재 해제 후 관련기업 진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 재개를 기점으로 중장기적 경제협력 구상을 마련해 협력프로젝트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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