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통일 포커스│북한 산림복구 남북협력 고리로 삼자

북한, 신기후체제 '산림분야 이니셔티브'에 관심

2015-12-17 12:09:55 게재

녹색기후기금(GCF)·지구환경금융(GEF) 활용한 대북협력 가능

지난 7월 중순 금강산 소나무가 누렇게 말라가는 것을 확인한 북한은 우리 정부에 금강산 지역 산림에 대한 병해충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정부는 산림전문가를 파견해 2박3일간 금강산 내금강과 외금강 지역에서 실태조사를 벌였고 이 지역 소나무들이 전나무잎 응애와 솔잎혹파리로 이상증상을 보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초에는 시범 방제를 위한 전문가들이 파견됐고 남북교류협력기금으로 마련된 살충제, 분무기, 마스크, 장갑, 방제복 등도 지원됐다.

산림분야는 비정치적 사안으로 정치적 굴곡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남북협력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분야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산림 조성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남북협력의 고리로 활용할 만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총회(COP21)에서도 북한이 산림녹화 활동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드러나 주목된다.

북, 파리총회 참석해 산림녹화 관심 표명 = 지난 12일(현지시간) 폐막한 파리 총회에는 196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참여했다. 북한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으로서 리수용 외무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했다.

리 외무상은 7일 열린 고위급 세션 연설에서 "앞으로 10여년 간 총 온실가스 방출량을 1990년 수준에 비하여 37.4% 줄이기 위하여 고효율 조명계획을 비롯한 추가적인 대책을 취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어 "김정은 동지께서 산림복구를 자연과의 전쟁으로 선포하셨다"면서 산림녹화 문제에 대한 관심도 강하게 피력했다.

지난 2012년 4월 김 제1위원장은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의 요구에 맞게 국토관리 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가져올 데 대하여'라는 지시를 통해 산림조성을 강조한 바 있다.

김 제1위원장은 "국토의 거의 80%를 차지하는 산림은 나라의 가장 귀중한 자원이고 후대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재부이며 국토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면서 "산림조성과 보호관리사업을 결정적으로 혁신하여 10년 안으로 벌거숭이산들을 모두 수림화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방송매체 통해 산림복구 부진 또 질타 |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8월 26일 방송된 애국의 마음 안고 산림복구 전투를 힘있게 벌여나가자 프로그램에서 황해북도 송림시의 산림경영소 모체양묘장 관리가 부실하다며 산림경영소 관계자들을 비판했다. 사진은 질책받는 산림경영소 관계자들, 연합뉴스

북, 산림 황폐화로 산사태, 홍수 위험 커져 = 실제 북한의 산림 황폐화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8년 국립산림과학원의 인공위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북한 산림의 32%, 서울 면적의 30배에 달하는 284만ha가 황폐화됐고 1999~2008년 북한의 산림 황폐지 면적은 74%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박경석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은 "북한에서 산림이 빠르게 황폐화된 것은 북한 당국이 지속적인 경제난으로 식량배급을 제대로 못하면서 주민들이 산지를 개간하고 나무를 무분별하게 땔감으로 사용하는 것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산림 황폐화로 인해 폭우가 내리면 산사태가 발생하거나 하천이 범람하면서 인명피해는 물론 도로나 농경지 등이 유실되는 피해를 입고 있다.

파리 총회 통해 '산림분야 이니셔티브' 더욱 중요해져 =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산림 조성은 북한 정권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신기후체제를 출범시킨것은 북한에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북한의 산림 조성에 외부의 재원을 활용할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파리 총회에서는 북한의 관심사인 산림녹화 분야가 처음으로 협정문에 포함됐다. 이는 산림조성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대한 안정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의미로, 향후 북한의 환경 재원 마련이 더 용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 총회에 참석했던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이번 총회에서 산림녹화와 관련된 자료를 많이 수집해갔다"면서 "북한이 산림녹화 분야에서 상당한 비즈니스 기회를 보고 있지 않겠느냐"며 북한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북측에서도 공부를 하고 나면 남북에 이 분야에서 협력 잠재력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녹색기후기금(GCF)이나 지구환경금융(GEF)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으로 본다"며 "우리도 북한을 염두에 두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림분야 이니셔티브(REDD+: Reducing Emission from Deforestation and forest Degradation Plus Conservation)
REDD+ 로 불리는 산림분야 이니셔티브는 개도국의 산림전용 및 황폐화 방지, 지속가능한 산림 경영 등을 통해 탄소흡수량을 증진함으로써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활동을 뜻한다. 이번 파리총회에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산림분야 이니셔티브를 전개한 국가에 대해 탄소감소치만큼의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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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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