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4·13 총선 - 전문가 신인들 '가자 여의도로'
'진박 테크노크라트' 약진 … 북풍, '훈풍' 될까
여야는 20대 총선에 앞서 신진인사 영입을 추진해 왔다. 단순한 구색 맞추기 차원이 아닌 전문가 영입을 통해 외연을 확장해 당의 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올해는 특히 외교안보 분야의 전문가 영입이 눈에 띈다. 새누리당이 전통적인 강점을 보이는 영역으로 전문가 영입 또한 많다. 경제분야에선 야당이 경제능력을 들고 나오면서 신진인사를 다수 배치했다. 각 당의 신진 전문가 인사들을 살펴봤다. 내일신문 정치팀
[경제] 여, 경제정당 강점 … 야, 경제실정 심판
경제분야 예비후보 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부산 기장군에 출마한 윤상직 전 산자부 장관이다. 지식경제부 1차관을 거쳐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산자부장관을 역임, 이른바 '진박'으로 분류된다. 윤 후보는 1980년대 이래 2년 10개월간의 최장수 산업부장관을 지낸 경력을 앞세워 '실물경제 전문가'를 자처하고 있다. '동부산관광단지 개발' '해양레포츠타운 조성' 등 경제공약을 내걸고 민심잡기에 나서고 있다.
대구 달성군에 출마한 '진박' 추경호 전 청와대 국무조정실장은 불출마를 선언한 이종진 의원의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 행시 25회 출신인 추 후보는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금융통'이다.
경기도 성남 분당구갑에 출사표를 낸 권혁세 새누리당 정책위 핀테크 부위원장도 금융통으로 꼽힌다. 행시 23회에 재경부 금융정책과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과 부위원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 시절 금감원장을 역임한 그가 현역 이종훈 의원을 상대로 어떤 승부를 펼칠지 눈길을 끈다.
충남 서산·태안은 한상율 전 국세청장이 권토중래를 꾀하고 있다. 한 후보는 지난해 7·30 재선거에서 김제식 현 의원을 상대로 여론조사에서 앞서기도 했으나 당 비대위의 후보공천 번복으로 출마를 접은 바 있다. 농업예산을 현재 1인당 200만 원선에서 500만원까지 점차 확대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한편 초대 농식품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 예비후보는 '적진'이나 다름없는 전주 완산을에서 지역구도 깨기에 주력하고 있다. 19대 총선 같은 지역에서 35% 이상의 득표율로 석패한 후 두 번째 총선도전이다.
이밖에 하춘수 전 DGB금융지주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1971년 대구은행에 입행, 2009년 은행장 자리에 오른 하 후보자는 텃밭인 대구 북구갑에서 권은희 의원과, 최홍 전 ING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장은 김무성 대표가 있는 부산 중구·영도구에 도전장을 냈다.
충남 홍성·예산에 출마한 양희권 페리카나 회장도 홍철호 의원에 이어 '새누리당 치킨 전문가 2호'가 될 수 있을지 흥미를 끌고 있다.
더민주에선 젊은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했다.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는 '호남·여상·삼성 임원'이라는 독특한 요소들이 결합돼 영입 당시부터 눈길을 끈 인사다.
양 전 상무는 실물경제분야 전문성 뿐만아니라 호남 개혁공천이라는 당의 방침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양 전 상무는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지역구인 광주서을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한다. 김병관 벤처기업 웹젠 이사회 의장은 자신의 회사가 있는 성남분당갑에 전략공천을 받아 출마한다. 재정 전문가인 김정우 세종대 교수는 강원도 출마를 원했으나 더민주는 신설구인 군포갑에 단수후보로 공천했다.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예비후보로 참여해 부산 남구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지수 전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연구위원도 더민주에 참여했다. 더민주는 "국민을 위한 경제민주화, 국민의 위한 경제정책을 실천할 민생복지 참 일꾼"이라고 설명했다.
[국방·외교·안보] 진영논리 탈피, 정책대안 주력
연초부터 한반도를 달군 북핵실험 이후 고조되고 있는 북풍기류가 국방·외교·안보 분야 신인들의 여의도 입성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서울 강서갑에 출마한 전옥현 평화문제연구소 이사는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안보통이다.
"국정원이 대테러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며 국정원 기능강화를 주장했으며 테러방지법 국회통과를 촉구하는 국회 앞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별' 출신 도전자 역시 적지 않다.
제주을에 출마한 한철용 후보는 5679 대북감청부대 정보사령관을 지낸 전 육군소장이다. 제주 원도심 야간 도보관광코스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역 후보들 중 4·3희생자 재심사에 유일하게 찬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부산 기장군에 출마한 김한선, 박견목 후보는 동래고·육사 선후배 사이다. 김 후보는 육군53사단장을, 박 후보는 국군기무사령부 육군준장 출신으로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민간에서는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 도전한 김승 후보가 눈에 띈다. 이명박 정부시절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고 현재 한국국방보포럼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4선 현역인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상대다.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인 신인균 후보도 경남 양산에 출사표를 던졌다.
더민주는 운동권과 시민단체 출신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전문성에 초점을 두고 외연 확장을 도모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외교 분야에선 문재인 전 대표 시절 영입한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에 이어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영입했다. 김 전 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진행해 진보성향 시민단체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했다. 김 전 본부장은 인천 계양갑 경선후보로 선정됐다.
조정훈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 대표도 눈에 띄는 인사다. 정책대안을 중심으로 통일담론을 이끌어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보분야에선 군 출신인 하정열 한국안보통일연구원장이 돋보인다. 육군 소장 출신으로 더민주에 영입돼 전북 정읍·고창 지역구에 전략공천 됐다. 통일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국민의당에 참여했고, 국방관련 전문성이 돋보이는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은 정의당 국방개혁단장을 맡아 비례대표에 도전하고 있다.
[사회·문화 등]'알파고 신드롬' 총선 흥행 기대
새누리당은 바둑 프로기사 조훈현 9단이 10일 입당, 비례대표 공모에 참여키로 해 총선 흥행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알파고-이세돌 9단의 승부로 달아오른 국민관심이 총선에도 전해질지 눈길을 끈다.
아마추어 바둑 5단인 원유철 원내대표는 조 9단에게 문화·예술·스포츠 등 분야에서 좋은 정책을 세울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총선 후보로 나서달라고 제안한 바 있다.
야당은 특유의 색채가 빛났던 분야로 참여인사 면면도 다양하다. 더민주 영입 1호인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신설 지역구인 경기용인정 선거구에 출마한다. 표 전 교수는 자신의 선거운동 뿐만아니라 다른 영입인사들과 함께 전국을 돌면서 더민주 후보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펴고 있다. '정당을 아는 정치전문 논객'으로 통하는 이철희 전략본부장도 대표적 영입인사다. 청와대 행정관, 국회 보좌관, 당 전략본부장 등을 두루 거친 후 방송활동을 통해 대중성까지 갖췄다는 평가다. 표창원 전 교수와 함께 전국 예비후보들을 지원하고 있다.
김빈 빈컴퍼니 대표는 차세대 디자이너 리더에 여러 차례 선정된 유명인사다. 더민주는 김빈 디자이너를 영입하면서 젊은 층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청년 사업가의 경험을 야권에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집안이나 주변의 도움이 아닌 자신의 실력으로 성공한 'iF디자인어워드' 등 국내외 디자인상을 석권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청년 비례대표에 도전하고 있다.
노동분야에선 이수진 의료산업노조위원장, 농업분야에선 김현권 의성한우협회장 등이 눈에 띈다. 이 위원장은 더민주 인재영입위원으로 활동했고, 김 협회장은 야권의 불모지인 경북 의성에서 야당운동을 펼쳐온 인물이다. 노동·농업인 분야의 비례대표에 뜻을 두고 있다.
[이색 전문가] 항공위성 전문 '원조진박' 도전장
드물지만 첨단 이공계 전문가 신인도 있다.
대구 중·남구에 출마한 조명희 경북대 융복합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항공위성시스템을 전공했다. 박근혜 대통령 소속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조 후보는 2008년 3D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도시철도 건설정보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드론 조작시범, 중·남구 미래 3D 가상현실 청사진 발표 등 '첨단유세'를 벌이고 있다.
가족 내력도 독특하다. 조 후보의 시아버지는 제12대 해병대사령관을 지낸 고 정태석 중장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5·16에 가담, "원조진박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응답하라 4·13 총선'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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