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공원에 클래식공연장 안돼"
서울시 콘서트홀 건립계획에 역사·한글공간 훼손 우려
서울시가 세종문화회관 옆 세종로공원에 클래식 콘서트홀 건립을 추진 중인 가운데 원로들이 반대의견을 표명, 추이가 주목된다. 시는 세종문화회관과 연계, 강북 도심 문화벨트를 완성시킬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원로들은 한글과 통·번역 정보화 역사가 담긴 공간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시의회는 16일 덕수궁길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부지 타당한가'를 주제로 각계 입장을 듣는 토론회를 열었다.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시는 2020년까지 세종로 80-1 외 3필지 세종로공원 부지에 2만1382㎡ 콘서트홀과 4만6288㎡ 규모 지하주차장을 지을 예정이다. 자체 예산 1100억원과 민간자본 812억원까지 총 1912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현재 예술의전당과 롯데홀 두개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이 있지만 강남권에 치우쳐있어 공연문화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강북권에도 전용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부지는 서울 중심부에 위치,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최적지로 꼽았다. 지하철 1~3호선과 5호선, 그리고 버스를 이용하면 서울 어느 곳에서나 1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는 "엠보팅 설문결과 시민 640명 중 282명이 적정하다고 답변했다"며 "세종문화회관과 연계한 서울 도심 문화벨트가 완성되고 세종로를 따라 문화시설을 집중배치, 국가상징가로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반면 원로들은 세종로공원의 역사성과 보존 가치에 주목한다. 진용옥 경희대 명예교수는 조선 태조 2년(1393년)부터 전문 직업 외교관을 양성했던 사역원 500년 역사와 1885년 한성전보총국을 필두로 한 산업화·정보화 100년 역사를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어설픈 문화권력이 역사를 왜곡하거나 말살해서는 안된다"며 "녹지공간·역사현장으로 영구 보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 명예교수가 주목한 공간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옆 시민열린마당. 그는 "정부와 서울시가 대토해 전통양식으로 콘서트홀을 짓고 육조거리 복원과 연계시켜야 한다"며 "콘서트홀은 주로 야간에 이용하므로 (지하주차장을 활용해) 경북궁 주차장 부족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대로 국어문화운동실친협의회 회장은 서울시 계획이 한글마루지사업을 짓밟는 일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2010년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를 한글문화관광유적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연차적으로 추진해온 일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홍성훈 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장은 1992년 개장 이후 20년만인 지난 2011년 재단장한 점을 들어 예산낭비를 우려했다. 그는 "공원 앞쪽에 2m 이상 높은 화단이 조성돼있어 공원 안쪽이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았고 편의시설도 없어 시민이용도를 높여 2011년 11월 재개장했다"며 "공원 폐쇄는 헌법에 보장된 공원 이용권 침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