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응답하라! Windows 95!

2016-03-31 10:50:20 게재
대한민국은 정보통신기술 강국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내가 원하는대로 내 삶 전체를 새롭게 디자인 할 수 있다. 콘텐츠를 서로 나누고, 내 콘텐츠에 반응에 대한 흥분감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생산해 낸다.

덕분에 현재 우리는 독창적이고 다양한 콘텐츠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어찌 보면 삶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생각하며,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정해진 틀과 툴(Tool) 속에 삶을 맞춰가며 살아간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콘텐츠를 만들고 나의 필요에 의해서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만들어진 콘텐츠가 나를 조종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1995년, 이 땅에 '윈도우 Windows 95'라는 컴퓨터 운영체제가 나오기 전, 하드디스크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그 시절. 도스(Dos) 환경 하에서 메모리맵과 플로차트를 그리고 프로그램을 코딩하고, 결과를 보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독창적인 기술적 메커니즘을 통해 나의 가치를 높이던 시절, 성공한 프로그램 개발자가 되려는 컴퓨터, 전자계산 전공자들과 컴퓨터 학원이 넘쳐났다.

콘텐츠는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인간의 노력과 독창적인 사고가 통했던 그 시절은 Windows 95라는 운영체제의 등장과 함께 조금씩 사라져갔다.

만약 윈도우 Windows 95 운영체제가 알파고처럼 메시지를 보낼 수 있어 2016년의 우리에게 말을 건다면 뭐라고 할까? 정보통신기술이 이렇게 발전된 모습을 보니 감격스럽다고 할까? 아니면 나로 인해 너무나 빠르고 다양한 변화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거나 내가 생각했던 모습이 아니라 아쉽다고 할까?

눈만 뜨면 새롭게 등장하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우리나라의 정보통신기술력은 인프라 및 스마트폰, 무선인터넷 등 물리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강국이 되었다. 손가락의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콘텐츠를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다. 단어 몇 개만 입력하면 원하는 자료와 정보와 지식이 넘쳐난다.

잘 만들어진 콘텐츠에 조금 더 자극적이고 즐길 수 있는 쾌를 더한다면 새로움을 가장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콘텐츠가 인간의 삶에 정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콘텐츠공학과는 정보기술과 인문학을 융합한 학과다. 미래는 창의와 감성이 융합된 문화콘텐츠를 원한다.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문화콘텐츠산업은 인문학, 창의적 기획력, 감성 스토리텔링, 문화예술 공연의 엔지니어링, IT 융합기술 인력을 목말라 하고 있다. 인문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학문이 융합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인류의 미래를 풍요롭게 만드는 디지털미디어 문화콘텐츠 제작 전문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

과거와 현재, 미래 사이에서 응답받는 시그널

우리에게는 미래가 분명히 있지만, 그 미래는 내 것이 아니다. 미래를 살아가는 건 청년과 청소년들이며 그들이 우리의 미래를 짊어진다. 그런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배우라 하고 무엇을 얻으라 하고 있는가.

미래는 창의적 뉴미디어 기술로 지식 기반, 테크놀로지 사회를 선도하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영상·콘텐츠 산업에 필요한 지식을 이해하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마인드와 의사소통능력이 필수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문제에 접근해 뉴미디어와 디바이스에 하이테크놀로지를 접목시킬 수 있어야 한다.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과 청소년들에게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제시해줘야 할 방향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사이에서 우리가 응답받는 시그널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 시그널을 통해 가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그 콘텐츠가 또 다른 시그널로 이어지게 해야 할 것이다.

이성태 서울사이버대 교수 문화콘텐츠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