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4·13 총선 | 여기가 승부처다 - 서울 은평을
'빨간색 8번'이 선두 … 더민주-정의당, 단일화 모색
새누리당 '옥새투쟁' 후 사실상 일여다야 구도로 정리된 서울 은평을. '기호 8번' 이재오 후보는 오차범위 밖 선두를 달리면서도 공천파동 후유증, 야권 단일화를 경계하며 몸을 낮추고 있다. 야권 후보들은 "이 후보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며 매섭게 공격하고 있지만 힘을 모으지는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연대 거부를 선언, 대항마를 자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단일화 방식을 조율 중이다.
◆이 "전력 보존 … 2030 지지 높아" = "졸지에 8번이 됐습니다. (투표용지) 저 밑에 찍으시면 돼요."
2일 오후 2시 무렵 이재오 후보는 불광역 인근 골목상권을 돌고 있었다. 흰색 아닌 빨간색 유세복에 숫자 8이 크게 찍혀 있었고 청바지, 빨간 모자 차림이었다.
그가 가게마다 들어가 인사하자 상인들이 금방 알아보고 반겼다. 이 후보는 "제 팔(8)자가 국회의원 하라는 팔자"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주인 없는 과일가게 앞을 서성이다 10m 쯤 앞에서 과일좌판을 편 중년남성을 발견하곤 "왜 가게 비워놨느냐"며 반가워하기도 했다. 옆 차도를 지나던 트럭이 갑자기 서더니 운전자가 "수고 많으시다"며 악수를 청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달 29일 SBS가 TNS에 의뢰,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의 지지율은 34.4%로 더민주 강 후보(19.7%), 국민의당 고 후보(16.0%)을 앞섰다(19세 이상 성인 503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이달 3일 MBN이 보도한 조사결과도 구도가 같다.
사정은 나쁘지 않다. 먼저 무소속 출마에도 당 지지층 이탈이 적다. 무공천 지역이 된 데다 복당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공천파동 여파가 아직은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후보 쪽 관계자는 "20~30대 지지율이 30% 이상으로 높게 나오고 있다"며 "비리가 없고, 쓴 소리 이미지에 공천파동 피해자라는 인식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조심스럽다. 이 후보는 18대 총선 낙선 당시 '정권 실세'라는 평가가 지역민의 소외·견제심리를 자극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가더라도 몸을 낮추자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지역민들이 새누리당에 실망을 많이 해서 지지율이 떨어졌다"며 "나는 무소속이지만 혹시 사람들이 새누리로 생각할까봐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야권단일화를 전제로 (운동)하고 있다"며 "단일화 때문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여론이 조정(격차 감소)을 거칠 것으로 본다"며 신중론을 폈다.
부동산을 하고 있는 박승권(67)씨는 "이전까지만 해도 이재오 그만 할 때 됐다는 말이 적잖이 나왔는데 김무성이 몽니(옥새투쟁) 부리고 나서 오히려 더 시켜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 "단일화는 압도적 승리 위한 것" = 더민주 강병원 후보는 같은 날 오후 5시 불광초등학교 앞에서 행인들에게 인사하며 명함을 돌리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던 50~60대 주부들은 "연신내 행운식당 둘째아들"이라는 강 후보의 말에 호기심을 보이며 명함을 받아들었다. 50~60대 남성들에게는 초·중·고 토박이 학력이, 40~50대에게는 세대교체론이 호응을 받는 모습이었다.
유모차를 밀던 한 젊은 주부는 다가오더니 "제가 꼭 찍어드릴 테니 어린이집 많이 만들어 달라"며 응원했다.
강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 앞 여론조사(16.1%. MBN-리얼미터) 때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온 점을 들며 막판 1위 탈환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강 후보는 "이 후보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민심이 명확하다"며 "정권 2인자일 때도 공약 못 지켜놓고 더 크게 벌이는데 정권에서 내쳐진 지금 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강 후보는 정의당과 단일화 논의를 진행중이다.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야권승리를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김제남 후보 쪽 득표율에 20%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김 후보 지지율 6.3%을 합하면 이 후보와 오차범위에 근접한 경쟁이 가능해진다.
강 후보는 "단일화는 기왕 이기는 거 압도적으로 이겨 변화의 축제를 열자는 것"이라며 "내가 다자대결에 재주가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고 "야당 잘못으로 다선 허용" = 앞서 국민의당 고연호 후보는 이날 낮 1시쯤 갈현동 길마어린이공원과 주택가를 돌며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계속된 연설로 목이 완전히 잠겼다.
고 후보는 공원벤치에 앉아 있는 노인들 한 명 한 명에게 안부를 물었다. 한 40대 주부는 떡을 싸들고 나와 고 후보에게 권했다. 은평에서만 47년 살았다는 박정남(68)씨는 "이 후보는 잘 한 게 없고 강 후보는 못 보던 사람"이라며 "부대끼면서 고생 오래 한 고 후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 후보는 '단일화'가 실패한 전략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 후보는 18대 이후로 안 될 사람이었다"며 "2010년 장상, 2012년 천호선 후보가 단일화에 불구에도 이 후보에게 진 것은 외지인을 밀어붙인 순전히 야당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김 "배심원 방식 단일화가 공정" = 오후 4시쯤 연신내 물빛공원 앞 유세장에서 만난 김제남 정의당 후보는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검증되고 실력있는 현역의원인 저를 뽑아주셔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지원유세를 나온 천호선 대표가 "19대 때 마지막으로 하겠다던 사람(이 후보)이 이번에는 지켜달라고 한다. 4~5선 의원들이 거짓말 하면 되겠느냐"고 하자 일부 시민들이 박수를 보냈다.
정의당은 최근 '다시민주주의'라는 사회원로 단체의 제안으로 배심원제 방식의 단일화 중재안을 강 후보, 고 후보에게 전했으나 이렇다 할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강 후보가 제안한 득표율 20% 가중치 부여방식은 공정치 못하다는 입장이다.
김 후보는 "우리 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제안했는데 교착상태다. 야권 후보들이 큰 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으니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응답하라 4·13 총선'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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