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소송비용으로 보험금 다 썼다

2016-05-18 11:27:37 게재

최대 한도 17억5천만원

2012년에 이미 소진

가습기 살균제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 따른 보험금 전부를 피해자 보상이 아닌 소송비용으로 써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옥시는 현재도 해당 보험에 가입해 있지만, 과거 살균제로 인한 폐손상, 사망 등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게 내줄 배상금은 보험사로부터 한푼도 받지 못할 상황이다. 옥시의 부도덕한 행태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옥시는 지난 2009년 KB손해보험(당시 LIG손해보험) 생산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이 보험은 제조물 결함으로 사고가 생길 경우 제조자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상하는 것으로,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한다. 손해배상금과 손해방지 비용, 변호사 비용 등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데, 옥시가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상금은 17억5000만원이다.

2012년 옥시는 KB손보에 최대 한도액 전부를 '방어비용'으로 청구해 받아갔다. 2011년 정부가 피해자들의 사망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고 밝히자 이듬해인 2012년 1월 일부 숨진 피해자 유족들이 옥시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면서 살균제 사태가 법적 문제로 번지던 차였다.

방어비용은 손해배상과 관련된 분쟁이 생겼을 때 지출되는 변호사 비용 등을 말한다.

KB손보측은 "생산물배상책임보험은 가입자가 비용을 먼저 지출한 뒤 증빙자료를 첨부해 보험금을 청구한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건에 대해서는 2012년에 이미 최대한도로 보상을 해줬기 때문에 보험계약이 유지되고 있더라도 같은 사안으로 인한 추가보상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 제품 때문에 사망자까지 생겼는데, 피해보상은 제쳐놓고 소송에 이기는 일에만 매달렸다는 이야기"라며 "기업의 사회적 윤리와 양심을 저버린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안에 대해 옥시측은 "답변할 수 없다"면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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