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후보-구도-캠페인 다 졌다
홍준표 '막말'로 보수 '망신'
태극기 매달려 확장성 한계
색깔론·네거티브에만 연연
자유한국당은 탄핵정국 속에서 치러진 조기대선에서 24%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명박-박근혜정권을 연속으로 만들었던 당이라는 잣대에 비춰보면 참패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선거의 3대 요소로 꼽히는 후보와 구도, 캠페인 모두에서 패했다는 지적이다.
한국당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아 가까스로 회생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후보로 내세웠다. 홍 후보는 "저는 제 성질대로 산다. 성질 참으면 암에 걸린다"는 본인의 말을 확인시켜주듯 가는 곳마다 막말을 쏟아냈다.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에라이 이 도둑놈의 새끼들" △"여론조사기관은 도둑놈 새끼들이다" △"(언론이) 어떻게든 대통령 안시키려고 온갖 지랄을 다한다" △"집권하면 SBS 8시뉴스를 없애 버리겠다" "(SBS) 사장, 본부장 다 목을 잘라야 한다" △"용돈도 장모님한테만 주면서 영감탱이(장인)와 나눠 쓰면 앞으로 한 푼도 안 주겠다고 말했다" 등 수많은 막말을 쏟아냈다. 자서전에서는 돼지발정제 강간 모의를 털어놓았다가 뒤늦게 '남 얘기'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홍 후보의 극단적 언행은 중도층과 진보층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성향상 보수적이고 점잖은 보수층에서는 "보수가 망하는 걸 막으려고 어쩔 수 없이 찍지만 이게 무슨 보수후보냐"는 한탄이 쏟아졌다.
대선기간 중에 만난 한 당직자는 "황교안 같은 후보였다면 최소한 망신스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전략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당은 박근혜 탄핵으로 만들어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탄핵 찬성이 80%를 넘나들었고, 탄핵 반대는 20%에 머물렀다. 탄핵을 당한 한국당으로서는 애당초 구도가 불리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한국당이 불리한 구도를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점. 탄핵을 반성하면서 새 출발하지 않고, 탄핵을 반대하는 태극기 민심 20%에 안주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스스로를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시켰다.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보다 지역·연령·이념적 확장성이 앞서곤 했던 한국당이 자진해서 확장성을 포기했다는 비판이다. 한국당의 확장성 포기는 이번 대선 뿐 아니라 미래에 있을 선거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는 우려다.
한국당은 대선 기간 내내 색깔론과 네거티브에만 몰두했다. 국민이 기대하는 정책과 비전은 후순위였다. 대선이 통상 미래를 선택하는 선거라는 점에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캠페인이 중요한데 한국당은 거꾸로 간 셈이다.
한국당은 문재인과 안철수에게 붉은 색을 덮어씌우거나 깎아내리는 전략에만 몰두했다. 홍 후보는 "(문 후보는) 북한과 중국으로 먼저 가서 한·미 동맹이 깨지고, 북·미 관계가 끝장날 것"이라며 안보 심리를 자극했다. 한국당 경남도당은 1번과 3번 후보 앞에 인공기를 넣은 홍보물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당 선대위 대변인들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다른 후보와 언론을 비난하는데만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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