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일제히 '관계개선' 주문
시진핑 당선축하 축전
주변국 외교 재건 과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한반도 주변국들 반응이 흥미롭다. 대부분 관계 개선에 대한 주문과 희망이 담겨 있다. 그만큼 박근혜정부의 주변국 외교가 갈지자행보를 반복하다가 무너졌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중관계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와 북핵문제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 지로 귀결된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협조를 얻어야 하지만 사드배치로 인해 양국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들이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중요하게 다루며,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중국 전문가들이 일제히 양국 관계개선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 이런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인 CCTV는 9일 밤 11시(현지시간) 러시아 군사 열병식을 생중계하던 중 방송을 끊고 문재인 당선을 긴급보도했고, 관영 신화통신도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이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한중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했다. 특히 사드문제와 북핵문제 등에 대해 양국이 새로운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곧바로 축전을 보내 당선을 축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은 "이번 대선은 한국 정치권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면서 "새 대통령에게 중국과 관계는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며 중국과 대화를 재개하고 사드 문제를 재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궈샹강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의 사고방식과 비슷하므로 한·중 관계가 아마 좋아질 것 같고 중국 국민의 반한 정서도 나아질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궈 부소장은 "문재인 당선인이 즉시 사드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고 그 대신 중국, 러시아의 반대를 줄이기 위해 사드의 사용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일부 후속 조처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7월 사드배치를 둘러싸고 한중관계가 악화되면서부터 박근혜정부보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와의 협상이나 대화에 기대를 걸고 있음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더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사드 반대를 밝힌 만큼 새정부 출범을 통해 체면을 만회할 수 있는 조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사드배치는 한미동맹과도 직결돼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에서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대신 중국은 경제보복을 철회하고, 대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서로 협력해 나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양국 사이에 '사드'라는 거대한 장벽이 가로 놓여 있지만, 새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달리 최소한의 대화 의지가 있고,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한중관계 회복을 기대했다.
한일관계 역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위안부협상, 정보보호협정, 역사인식 등 예민한 문제를 놓고서는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양상이지만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공동대응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과 전문가들이 새정부를 통해 관계개선을 기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본 주요신문들은 10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소개하면서 한일관계와 대북문제 해결 전망 등에 대해 보도했다.
아사히는 문 대통령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그동안 재협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아베 신조 정권은 이에 응하지 않을 태세여서 한일관계가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냉정한 판단으로 국정 정상화를 서두르고 착실히 미래를 여는 지도력을 발휘하길 바란다"면서 한일관계에선 이성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한일 합의의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어 공약대로 실행에 옮기면 한일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뒤 사설을 통해 "새 정권이 미일 협력을 중시, 현실적 안보외교 정책을 전개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새 대통령이 한일합의 재협상을 강조하고 있어 일본과 대립관계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고, 도쿄신문은 "주요 후보 중 가장 엄격한 대일 정책을 내 건 문 후보가 당선돼 향후 한일관계를 우려하는 견해가 많다"고 보도했다.
이와는 별개로 일본 정부측에서는 아베 총리가 9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새 대통령과 조기에 전화 통화를 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혀 관심을 모았다. 그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 새 대통령과 한·일, 한·미·일 간 안보면에서 협력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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