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노믹스' 성공조건 | ① 적폐청산 제대로 해야 경제가 산다

재벌에 밀린 '참여정부 전철' 되풀이 안된다

2017-05-10 10:24:09 게재

창의·혁신 죽이는 재벌체제로는 경제성장 어렵다는 인식 분명히 해야

지방선거 앞두고 경기활성화 조급해하다간 재벌경제로 회귀 '위험'

부정부패 없애고 낙하산인사 근절 … 정부·공공부문부터 효율성 높여야

"재벌개혁 등 시장의 공정성과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겠다."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내걸었던 핵심공약 중 하나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재벌개혁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과 함께 재벌개혁은 후퇴했고, 경제정책은 과거 재벌 대기업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 결과 참여정부에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화됐고 경제적 양극화는 이후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되어왔다.


참여정부의 맥을 이어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한 경제대통령이 되려면 우리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적폐'부터 제대로 청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우리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선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고 재벌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야한다는 요구가 높다. 축적된 자본이 부족했던 개발도상기에는 '재벌경제'가 유효했을지 모르나 혁신이 중시되는 오늘날 경제상황에서 재벌체제는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해 재벌독식 구조를 없애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서민들에게 정당한 부의 분배가 이뤄져야 창의와 혁신이 살아나고 경제성장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만큼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에 대한 기대 또한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발단이 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노골적인 정경유착이 드러났고, 촛불민심은 재벌적폐 청산을 주장해왔다.

'재벌적폐 청산' 촛불민심 살릴 수 있을까 = 실제 문 대통령 공약집에는 '을지로위원회' 구성, 징벌적손해배상제 확대, 집단소송제 도입 등 재벌대기업의 '갑질'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중소기업과 소비자의 권리를 높이는 내용이 상당수 담겼다. 다중대표소송제,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과 사면권 제한, 공익법인을 통한 지배력 강화 차단 등 재벌의 '황제경영'과 불법경영 승계를 막기 위한 공약도 포함됐다.

하지만 새정부의 재벌개혁이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당장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기에는 문 후보의 공약이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 공약을 보면 총수일가의 전횡과 재벌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막기 위한 규제는 많지만 이런 행위의 원인이 되는 소유지배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부족하다"며 "실효성 있는 재벌 지배구조 개혁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재벌개혁 공약이 약속대로 실행에 옮겨질지도 두고 봐야 한다.

참여정부나 박근혜정부에서도 재벌개혁 공약을 내세웠다가 흐지부지 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사실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 공약은 박 전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박 전 대통령도 경제범죄에 대한 형량강화와 사면권 제한, 독립 사외이사 선임,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약속했으나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경제정책은 규제완화와 투자활성화 등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돌아갔고 최순실 사태에서 드러나듯 정경유착은 더욱 노골화됐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을 경쟁관계, 경합관계로 보았기 때문"이라며 "정권초반 재벌개혁을 추진하다가도 경제가 어려워지면 기존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에 의존하는 일이 되풀이됐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재벌 주도의 경제성장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새정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를 띄워보려고 재벌경제로 회귀한다면 참여정부의 잘못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2의 세월호' 없어야 경제도 성장 =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되는 낙하산 인사와 불투명한 인사 관행도 경제도약을 위해 없어져야할 적폐로 꼽힌다.

전문성이나 능력에 대한 고려보다 권력창출 기여도에 따라 보은성격으로 이뤄지는 낙하산 인사는 본연의 임무보다 정치적 청탁이나 민원 창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고 해당 부처나 기관에 부담을 줘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은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산업은행장으로서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는 제 역할을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직에 임명됐다가 물러나는 과정에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어렵게 우리나라 몫으로 가져온 국제기구 부총재 자리를 다른 나라에 내주는 결과를 빚었다.

엄청난 부실이 발생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정치권 낙하산 인사들이 자문이나 고문 등의 자리를 차지하고는 별다른 역할 없이 매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받아간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비단 경제 분야뿐 아니라 정부와 공공부분을 비롯해 사회 전반의 걸쳐 원칙과 기본을 바로 세워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와 사회가 공정하고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 운영되어야 경제 도약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박근혜정부를 돌이켜보면 재정을 쏟아 부어 경제가 살아나려할 때마다 세월호 사건이나 메르스 사태와 같은 사회적 재난이 발목을 잡았었다. 해양사고나 감염병이 발생하는 건 어쩔 수는 일이지만 이를 사회적 재난으로 키운 건 정부의 비정상적인 대처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 하겠다며 부정부패없는 대한민국과 공정한 대한민국을 공약했다. 인사와 관련해서도 능력과 전문성에 기초한 공정하고 투명한 공직인사로 대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정하지 못하고 비효율적인 사회구조를 그대로 놔두고는 아무리 재정을 쏟아 부어도 경제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며 "정부와 공공부문부터 부정부패 척결, 낙하산 인사 근절 등 혁신을 추진해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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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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