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험대 '10조원 추경'

2017-05-10 10:25:07 게재

재원 여력 있으나 법적 요건 '이견'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함께 '제이노믹스'가 본격화하면서 당장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 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재벌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임기 내 공공부문 중심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공약하면서 이를 위해 집권과 동시에 10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일단 재정여건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8조원 흑자를 냈다. 필요하면 세계잉여금의 일부를 추경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최근 경제상황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 법적 요건에 해당하느냐를 두고 이견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에서는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올 초까지만 해도 어려운 경제상황을 근거로 추경의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예상보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입장을 바꾼 바 있다. 실제 수출이 6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는 등 호조를 보이면서 생산과 투자가 늘고 소비도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1분기 실질경제성장률은 예상을 뛰어넘는 0.9%를 기록하기도 했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경기부진을 이유로 추경을 편성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무리한 추경 편성이 되레 제이노믹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효율적인 경제구조에서는 재정을 쏟아 부어도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며 "효과도 불확실한 추경을 밀어붙였다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통과가 안되면 정권초반부터 힘이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역대 추경 역시 엄밀하게 법 규정을 지켰다고 보기는 힘들다. 박근혜정부는 2013과 2015년 경기침체와 메르스 대응을 명분으로 추경을 편성했지만 절반 이상은 법적 요건과 무관한 세입결손을 메우는 데 사용했다. 국회 추경안 통과과정에서 항상 엄밀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추경을 하느냐 마느냐보다 어디어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권력을 잡았다고 기분을 한번 내는 것이라면 반대하지만 가계부채 해소나 기업구조조정 등을 위한 용도라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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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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