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재벌개혁

주주 권리 강화로 총수 전횡 방지

2017-05-10 10:16:40 게재

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 도입 … 공정위에 재벌전담부서 설치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 재벌정책의 큰 흐름은 총수 일가 전횡을 막는 소액주주 권리 확대와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과 선거과정에서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문재인정부는 주주권을 강화해 시장을 통해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동안 발표한 경제비전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대기업전담부서를 확대하는 등 공정위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 전국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4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들이 공약해야 하고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30개 핵심개혁과제를 발표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주회사제 요건 강화로 재벌 경제력집중 견제 = 재벌 총수일가의 불법경영승계와 황제경영을 근절하기 위해 소액주주 권리가 올바로 행사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제도가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다.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다중대표소송제는 총수일가가 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경우 일감몰아주기나 부당거래 등을 지적할 수 있는 장치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이사 후보를 당선시키는데 유효한 제도다. 문재인정부는 집중투표제나 감사위원 불리 선출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상법에 명시돼 있으나 의무조항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기업이 외면하고 있는 전자투표제나 서면투표제 의무화도 재벌개혁의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다. 소액주주의 참여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총수일가 전횡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제도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논란이 된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사면권 제한도 새 정부의 과제다.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막기 위한 공약사항으로는 지주회사제도 개선을 들 수 있다. 지주회사 부채비율(현행 200%)과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상장 20%, 비상장 40%)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요건을 강화해 쉽게 계열사를 늘리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악용된 계열공익법인과 자사주 우회출자를 정비해 이를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문재인정부는 이와 함께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요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른바 스튜어드십 코드(주주권 행사 모범기준)의 실효성을 높여 이를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일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한 연구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이 그간 '거수기'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말 현재 국내 증시에 102조원 가량의 자금을 운용중이다. 5% 이상 지분 보유 상장사도 285곳에 달한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은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한 검찰고발 권한을 공정위만 갖도록 한 제도다. 지난 정부에서 중소기업청 등 일부 기관이 고발요청권을 부여받았지만 전속고발권의 한계를 해결할 정도가 아니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공정위는 이명박정부 때 4대강 담합 사건에서 건설사들을 고발조치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전속고발권 폐지 여론이 높아졌다.

문재인정부는 '공정거래법' 등 법 위반행위로 피해를 입은 경우 누구든지 자유롭게 고발할 수 있도록 하고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높이고 상대적 약자 보호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또 공정위의 조사역량 강화 등 전면 개혁도 공약했다. 기업들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공정위 조사권한 확대, 조사활동 방해에 대한 처벌 강화, 조사기일 단축 등 불법행위 여부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법집행 역량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다. 이와 함께 현재 한 '과'에 불과한 대기업전담부서를 국 차원인 '조사국'으로 확대개편해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의 제한된 행정력만으로 공정한 시장경제 구현이 어렵다고 보고 공정위와 지자체의 협업체계 구축을 적극 추진한다. 현재 공정위 인원은 500명 정도다. 각 시도에 공정거래 지원센터를 만들어 지역 소상공인들의 신고를 받아 조사와 제재를 하고 공정위와 협업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자체에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신고와 분쟁조정권한을 위임할 방침이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장(고려대 교수)는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와 상법개정을 통해 주주들이 주총에서 총수 일가 전횡을 막고 경제민주화에 나설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새 정부가 재벌을 경제운용 파트너로 보는 순간 재벌개혁은 실패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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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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