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금융현안 해결 가닥 잡을까 | ②성과연봉제 운명은?
'일방통행 성과연봉제' 백지화
노사가 원점에서 호봉제 폐단 없앨 '직무급제' 등 재협의할 가능성 커
박근혜정부의 대표 금융개혁 정책으로 추진된 금융권 성과연봉제가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함께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노사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성과연봉제는 반대한다"며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성과연봉제 폐지를 주장하는 금융노조는 당시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대선 이슈로 떠올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박근혜정부 당시 위법성 논란과 금융권 총파업까지 감수하며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였다. 금융공기업들은 노사합의 대신 이사회 결의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의했다. 금융당국 눈치를 봐야했던 시중은행들도 성과연봉제 도입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정권교체와 함께 금융당국의 성과연봉제 추진동력은 급격히 쇠락한 상태다.
◆퇴출 1순위, 성과연봉제 =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금융정책 가운데 퇴출 1순위로 성과연봉제가 거론되고 있다.
성과연봉제는 호봉제 보수체계에서 벗어나 성과급 비중을 늘려 생산성을 늘리기 위한 방식이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연초부터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독려했다. 공공기관 노조들은 '쉬운 해고제 도입'이라며 반발했다. 노조의 반발이 예상보다 커지자, 정부는 '이사회 의결'이란 우회로를 선택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7개 금융공기업이 이 방식으로 성과연봉제를 전격 도입했다. 노사합의가 이뤄진 금융공기업은 예금보험공사와 주택금융공사뿐이었다. 이마저도 당시 노조위원장이 조합원 의사를 거스르고 도장을 찍은 것이어서 노조위원장 중도하차 소동을 겪었다.
금융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민간 금융회사까지 성과제 도입을 독려했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지난해 7월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시행을 준비해왔다. 그러자 금융노조는 지난해 9월 금융사 총파업까지 벌이며 노사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성과연봉제 갈등은 결국 법정싸움으로 번졌다. 대부분 노조가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법정다툼을 벌이는 중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에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은 노사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성과연봉제 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 상충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당국의 주장이지만, 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추진동력 상실한 금융당국 =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자 시중은행들은 성과제 도입시기를 2018년으로 미뤘다. 최근엔 이미 제도를 도입한 금융 공공기관 노조들의 '철회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예보 노조는 지난달 2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주택금융공사 노조도 "작년 7월 노사합의 이전으로 원상복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노사합의 없는 성과연봉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만큼 백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초 계획대로 내년부터 민간 금융기관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진 게 아니냐"면서도 "이미 제도를 도입한 금융공기업까지 백지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행 성과연봉제에 대한 금융공기업 다수 직원과 노조 반대가 여전하다. 내부 반발에 쫓겨 서둘러 도입하느라 평가시스템 등이 아직 허술하다는 맹점도 있다. 이 때문에 제도 도입을 완료한 금융공기업도 노사가 원점에서 협의를 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공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던 것처럼, 이사회를 열어 번복하면 된다"면서 "문제는 이 문제를 노조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협의할 자세가 되어 있느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도입을 결정한 곳이 공공기관인 만큼, '원점 재검토'란 새 정부 정책을 따를 것이란 현실론도 제기된다.
◆노사 모두 '대화'에 방점 = 하지만 '성과연봉제 원점 재검토'가 단순한 과거회귀로 마무리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지나치게 경직된 현행 서열 위주의 임금체계를 어떻게든 손봐야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입장도 과거 회귀가 아니라 '일방통행정책 반대'와 '노사합의'에 방점이 찍혀 있다. 박근혜정부에서 시행된 공공·금융부문 성과연봉제가 노사자치주의 원칙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대선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박근혜식 (일방적) 성과연봉제에 반대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연공서열대로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는 맞지 않다. 그것이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노조도 원점 재검토가 보장된다면 노사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는 과정에서도 금융노조는 줄곧 대화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도 최근 '제50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개최중인 일본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은행들이 이사회를 열어 도입 결정은 했지만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없다"며 "노사 간 대화와 협의를 해야겠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금융현안 해결 가닥 잡을까' 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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