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 │김은지 안산 마음토닥 정신건강의원 원장
"단원고 학생 피난처 역할이 가장 소중해"
가족구성원 치유에 동참 중요
"서로 존중하며 공동체회복해야"
"단원고 학생들을 학내에서 돌보는 스쿨닥터 역할을 하면서 정신치료가 중요하니 정신치료를 잘 해서 많은 아이들이 극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우리가 그 곳에 함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던 것 같다. 단원고는 세월호 중심에 있었고 늘 직격탄을 받는 곳이었다. 어떤 학생들에게는 피난처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너무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김은지 안산마음토닥정신건강의원 원장의 말이다. 김 원장은 2014년 4월 16일 참사가 나자 18일부터 단원고에서 심리지원 자원봉사를 했다. 이후 7월부터는 단원고 스쿨닥터에 지원해 지난해 6월까지 학내에서 활동했다.
처음에는 심리치료 자체에 대한 생존학생들의 거부가 심했다고 한다. 때문에 부모들을 먼저 만나 천천히 관계를 맺어갔다. 부모교육을 하고 자살예방교육을 맡았다. 서서히 신뢰관계를 맺은 생존학생들이 1년에 한두 번씩 의원으로 찾아 올 때 김 원장은 보람을 느낀다.
"내가 큰 상을 받는구나.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학교와 사회에 적용하는 것을 보면 고맙고 감사합니다,"
생존학생이나 희생자 형제자매들 모두가 성장발달 시기여서 그것에 맞춰 생활을 돌보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충격과 분노 우울 상태에 있었던 부모들 중에는 성장기 자녀들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생존학생들의 부모는 안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자녀가 나가면 지속적으로 어디 있는지 괜찮은지 확인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왜 그러는지 알기에 순응하는 경우가 많지만, 성장기 청소년의 독립에 걸림돌이 될 수 있고 심리적으로는 분노까지 생길 수 있다.
유가족 부모는 떠나보낸 아이의 일에 매달리다 보니 형제자매의 생활을 놓치기 경우가 많다. 그러면 형제자매는 상대적 박탈감, 부모의 눈에는 자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또 다른 분노, 불안이 생길 수 있다.
김 원장은 "엄마 아빠가 가족 안에서 역할을 하지 않거나 못하면 가족 구성원 역할의 빈자리가 생기기 때문에 아이들의 힘겨움은 더 심해질 수 밖에 없다"며 "가족구성원이 올바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가족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세월호문제로 허물어진 지역공동체를 서로 존중하는 자세로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 단원고의 가장 큰 어려움은 교실존치 문제였다. 결국 이전하기로 했지만 안산지역공동체에 상처를 남겼다. 치유의 관점이 배제됐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희생된 것도 상처인데 그와 관련해 갈등을 만들고 서로를 공격하게 된 것도 트라우마를 악화시키게 됐다.
"세월호 참사가 안산만의 참사인가요? 그건 아니죠. 그러면 단원고 교실존치 문제는 교장이 결정할 문제일까요?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큰 틀에서 더 높은 곳(정부)에서 유가족들과 상의해 결정을 해야 할 문제일텐데, 실제로는 유가족들이 나서서 교실존치 문제에서 또 한번 상처를 입어야 했습니다. 참사 피해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는 느낌을 받았어요."
4·16추모안전공원 추진에서도 유가족들이 상처 입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김 원장은 "4·16추모안전공원 심포지엄 토론회에 갔는데 반대하는 분들이 유가족들에게 '새끼 죽은 게 자랑이냐'는 이야기를 하더라"면서 "참사피해자들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여전히 없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촛불항쟁, 탄핵, 문재인정부 출범의 과정으로 거치면서 새로운 사회를 진일보할 것이라는 희망이 커져가는 가운데, 정부의 참사피해자들에 대한 치유 접근도 달라 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 원장은 "문 대통령의 광주 5·18 희생자 유족을 안아주는 장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통 크게 이런 일을 해야 한다"며 "안산지역사회 사람들이 피해자들이 같은 인간으로 존중하는 것, 그것이 치유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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