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가족극단, 세월호 진실 알리며 치유 경험
두 번째 작품 안산서 공연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세월호트라우마 치유에 대한 공적 지원이 부실한 가운데,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의 자발적인 노력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 세월호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가족이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4·16가족극단 노란리본. 지난 7월초 극단 두 번째 작품인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를 서울 '혜화동1번지'에서 처음으로 선뵌 이후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다시 안산에서 이 공연을 이어간다.
참사 이전에는 보통 엄마였고 동네 아주머니였으며 직장인이였던 4·16가족극단 단원들은 애당초 연극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2015년 9월말 유가족 어머니들이 커피 만드는 바리스타 수업과정이 끝나면서 어머니들이 헤어지기 싫어하자 바리스타담당 강사가 연극을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그 바리스타 강사가 김태현 현 416가족극단 연출자를 소개한 것이 인연이 됐다.
김 연출자는 "세월호 가족분들이 치유활동도 하고 세월호를 알리는 차원에서 연극을 직접해 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소개가 들어와 깜짝 놀랐다"고 회고했다.
김 연출자는 연극할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어머니들을 위해 희곡을 읽어보자고 권했다. 그런데 대본을 줬는데 세월호어머니들이 눈에 글자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 "읽을 수는 있지만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심신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짧게 읽기와 아주 짧은 연극놀이를 진행했다. 점차 대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자 재미가 늘어났다. 그에 따라 연습을 늘릴 수 있었다.
김도현(동수 엄마)씨는 "연극하자 공연하자 처음에 그런 생각 없이 참여했다. 하자하자 했지만 대본도 못 읽었다. 한글을 읽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연극을 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단원들이 연극연습이라는 끈 놓지 않은 것은 연극을 통해서 세월호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과 다른 단원들과 함께 하자는 마음이 컸다.
김성실(동혁이 엄마)씨는 "저희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세월호를 불편해하고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연극을 통해서 바로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많다"며 "첫 작품은 노동극이었지만 두 번째 작품은 세월호 이야기여서 좋다"고 말했다. 임영애(준영이 엄마)씨는 "아이생각에 많이 힘들었다. 연극하면서 행복했다. 많은 분들이 재밌다하는 것보다 세월호를 더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무대에 두 작품을 올리면서 단원들은 많이 변화를 경험했다. 연극 분장을 하면서 1년 반 만에 화장을 하게 된 유가족 어머니도 있었다고 한다. 김 연출자는 "어머니들 처음 만났을 때 그늘졌고 기력이 없는 그런 상태였다. 그런데 무대에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 연기를 하는데 관객들 반응이 좋으니 자신감이 생기고 자존감을 조금씩 회복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4·16가족극단원들의 최근 가장 큰 희망은 새 정부가 제대로 진상규명을 해주고, 미수습자들을 신속하게 수습하는 것, 그리고 4·16추모안전공원이 합리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이미경(영만이 엄마)씨는 "추모안전공원을 산 속에 으리으리하게 건물을 지어 놓고 명절이나 기념일에 한번 찾아가는 곳으로 만들어 놓으면 청소년들에게 무슨 안전교육이 될 것이며 어른들이 반성하면서 자신도 치유할 수 있는 곳이 되겠느냐"며 "단원고 (세월호기억존치)교실을 뺏긴 것처럼 그렇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성실 씨는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아직 답이 안 나왔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 안에 갇혀 있다"며 "수면제 안 먹으면 못자고 집에서 안 나오는 사람들 많다. 우리가 직접 말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전문적인 (치유)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은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안산 예술문화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연극을 진행한다. 11일 7시30분, 12일 3시, 7시 13일 3시.
[관련기사]
▶ [세월호 트라우마, 사회적 치유 필요하다│②부실한 공적 지원] 1대1 심리상담 헛돌고 의료지원도 중단
▶ [전문가 인터뷰 │김은지 안산 마음토닥 정신건강의원 원장] "단원고 학생 피난처 역할이 가장 소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