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해양경찰도 심리지원 시급
국가적 대형참사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직무수행에 따라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직종에 대한 치유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직무수행에 따라 트라우마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직종으로 단연 소방관 해양경찰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불안스트레스과 심민영·이정현 박사팀은 소방관 212명을 대상으로 업무 중 겪은 트라우마에 따른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PTSD)' 여부를 조사한 결과, "소방관은 3명 중 1명꼴로 PTSD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소방관들이 경험한 트라우마는 1인당 평균 6.36건이었다. 소방관들의 트라우마는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는 등의 간접적인 트라우마가 92%로 가장 많았다. 업무 중 부상이나 위협 등 직접적인 트라우마 70.8%, 동료의 사망이나 자살, 심각한 부상 등 동료와 관련된 트라우마 56.6% 등으로 나타났다
또 해양경비안전본부의 PTSD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양경찰 응답자 6190명 중 3386명(54.7%)에게서 PTSD 증상이 나타났다. 응답자 중 3029명이 해경 입사 후 직무 수행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답했다. 사례로는 이 가운데 1223명(31.9%)이 세월호 참사를 꼽았다. 변사체 수습업무(863명), 본인의 상해(687명), 중국 어선 단속 과정에서의 충돌(661명) 등의 순이었다.
이와 관련 소방청은 예방단계에서 찾아가는 심리상담실, 심리안정프로그램을, 치료단계에서는 신변노출을 막고 정신건강 상담·치료비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찾아가는 심리상담실은 상담 시기 장소 등 운영에 사전 조율이 미흡하다. 집단상담은 참여 인원이 거의 없다. 소방청 관계자는 "개인 심층상담 위주의 지원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은 공무 중 상해를 입거나 변사체 업무가 잦은 해경서 수사ㆍ형사계 직원, 해경구조대 직원들에게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부족으로 원만히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최소 2년 주기로 전 직원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진행해야하지만 4년마다 시행하고 있다. 또한 힐링캠프 집단상담 워크숍 등 다양한 심리치유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경찰청의 '마음동행센터'와 같은 전담치료센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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