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에 파업까지' 엎친데 덮친 9호선

2017-10-24 11:01:03 게재

외국계 회사 운영 구간, 노사갈등 고조

200% 넘는 혼잡도, 파업 시 대란 불보듯

2·3단계 직영화로 난제, 노-노 갈등까지

서울시 지하철9호선이 파업을 예고하면서 현재도 포화상태인 9호선 혼잡도가 폭증할 우려를 낳고 있다. 9호선은 현재도 출퇴근 시간이면 지옥철로 변한다. 여기에 외국계 회사가 운영하는 1단계 구간 노조가 예정대로 12월에 파업을 할 경우 교통 대란이 불가피하다. 직영화를 선언한 2·3단계는 직영화 과정에서 어려움 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노-노 갈등까지 겪고 있다.

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이 파업을 예고하면서 혼잡도가 폭증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혼잡도가 200%에 달하는 역이 있는 반면 일부 역은 한산한 모습을 보여 승객 이용율 분석 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단계 구간의 노사 갈등은 9호선 혼잡도를 폭증시킬 뇌관이 되고 있다. 외국계 회사가 운영하는 1단계는 서울시와 30년 계약을 맺고 개화~신논현 구간(25개역)을 운영 중이다. 수익성을 우선하는 민자 회사 특성상 근로조건 향상에 상대적으로 소홀,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았다. 급기야 노조는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1단계 노조는 지난 9월 조합원 투표를 실시해 전체 조합원 85% 찬성으로 파업을 준비 중이다. 사측이 노조와 성의 있는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경우 12월 19일 파업에 돌입하기로 의결했다.

노조의 핵심요구는 근로조건 개선이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1단계 구간 25개역 중 직원 1인이 모든 관리업무를 다 맡고 있는 1인역사는 10개에 달한다. 교통공사가 운영 중인 타 지하철 역사의 경우 상주 인원이 4~6명인 것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살인적인 교대 시간도 문제다. 타 지하철 노동자들이 한달에 16~17일을 일하는 반면 1단계 노동자의 근무일수는 20일에 달한다. 근무시간 대비 차량 탑승 시간도 타 기관은 40%대인 반면 1단계는 70%에 육박한다.

9호선의 혼잡도는 악명이 높다. 서울시에 따르면 오전 출근시간대, 일반열차 기준으로 혼잡도가 가장 높은 곳은 190%(염창역)에 달했다. 당산역(148%), 노량진역(104%)도 100%를 넘겼다. 급행열차의 혼잡도는 훨씬 심각하다. 염창역 233%, 당산역 225%, 노량진역 213%, 여의도 209% 등 200%를 넘는 곳이 4곳이넘는다. 1량에 160명이 탔을 때를 혼잡도 100%로 본다. 200%는 320명이 탔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혼잡도가 200%가 넘으면 이산화탄소가 증가해 호흡 곤란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한다.

9호선 이용객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1일 48만3738명(2016년 기준)에 달한다. 이용객에 비해 열차 수가 적어 증차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9호선 2·3단계는 '직영화' 홍역을 앓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8월 운영권을 확보한 뒤 직영화와 이에 따른 정규직화를 선언했지만 당장 2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의 정규직화 등 난제가 한둘이 아니다. 기존 교통공사 노동자들과 사이에 근로시간, 처우 등을 놓고 발생한 노-노 갈등은 또다른 숙제로 남아있다.

시는 혼잡도 문제 해결을 위해 증차 계획을 수립 중이다. 현재 4량 40편성으로 총 160량인 열차운행 수를 2018년 12월까지 6량 45편성, 1일 270량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 교통본부 관계자는 "증차 계획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혼잡도는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에 대해서도 "지하철은 필수유지 사업장이라 정당한 파업을 하려면 최소 인력은 남을 수 밖에 없고 그간 파업 대처 노하우도 충분히 갖고 있다"며 2·3단계 직영화도 "외국계 회사와 계약은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고 직영화도 방향이 분명한 만큼 서두르지 않고 풀어가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가 1단계 노조의 파업 등 9호선 문제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증차를 위한 시범 운행이 제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혼잡도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본부, 의회 등 복수의 시 관계자들은 "구간별 운영사가 다르고 노사·노노 갈등 등 문제가 복잡한 만큼 시가 파업 예방, 장기 운 연영계획 수립 등 9호선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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