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비원 고용안정과 상생을 위해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4000세대 규모 한 아파트. 이 아파트 경비원들은 주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아침 일찍 출근차량 교통정리에 단지 내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 교통안전지도, 제설작업, 새봄맞이 대청소뿐만 아니라 단지 내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해 질서유지와 장내정리까지 자율적으로 실시했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었지만 이 아파트에서는 인원조정 없이 임금 인상분 전액을 반영해 급여를 인상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앞으로 더 이상 보기 힘들 것 같다.
최저임금에 따라 이 아파트 경비원 급여는 휴게시간 8시간을 기준으로(주간 4시간, 야간 4시간) 월 급여가 206만원 정도다. 여기에 건강보험료 등 간접인건비와 기타 경비를 포함하면 경비원 1인당 인건비는 230만원이 넘는다. 그나마 올해는 주민들이 감당할 만하지만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경비원의 월 급여는 300만원이 훌쩍 넘게 되고 간접인건비와 기타 경비를 포함하면 주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경비원 1인당 인건비는 350만원을 넘게 돼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경비 이외의 업무하면 벌금 부과될 수도
법에 따르자면 아파트 경비원에게는 누구든지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해서는 안된다. 이런 현행 경비업법 규정은 입주자 대표나 주민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선언적 역할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는 경비원에게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지시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규정을 강화한 경비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진선미 의원 등 14인의 발의로 상정되어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누구에게 불똥이 튈지 모른다.
경비원이 자율적으로 교통정리를 하거나 어린이 등하교 교통안전지도, 제설작업, 새봄맞이 대청소 등을 실시하려 하면 못하게 해야 한다. "제발 경비초소에 조용히 앉아서 경비업무만 하고 다른 일은 일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라고 경비원들에게 당부하고 다녀야 한다.
아파트 경비원 고용안정 문제가 사회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각 아파트에서는 관리비 절감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매월 초소 당 500만원 가량 소요되는 2명의 경비원 수를 줄이거나, 휴게시간을 연장해 급여를 줄이거나, 야간근무를 폐지하거나 아예 성능 좋은 CCTV나 첨단 보안시스템으로 대체하려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비 절감을 위한 이러한 노력들은 경비원의 고용안정을 저해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기 쉽다.
반대로 정부와 서울시는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공동주택관리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차관까지 나서 아파트 관련 단체나 기관과 협약서를 체결하며 고용안정을 호소하고 있다. 관리비 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법과 사례를 안내하며 입주자 대표와 관리주체에게 교육과 홍보를 하던 정부와 서울시가 정작 관리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비원 급여 등의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입주자 대표와 주민들의 노력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부담이 되더라도 그냥 고용을 유지해달라는 당부를 하고 있다.
경비업법 개정안, 공동주택 적용하면 안된다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안정 및 입주민과의 상생방안의 열쇠는 국회와 정부가 쥐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경비업법 개정안은 아파트 입주민의 생각과는 큰 괴리가 있다. 경비원을 칭찬하고 고마워하는 이유는 경비 고유 업무의 충실함에 더해서 부가적인 서비스와 감동을 제공받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고용을 유지하며 재계약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비업법 개정안은 최소한 공동주택에 적용되어서는 안된다. 정부가 아무런 대책 없이 경비원의 급여가 300만원이 넘어도 그냥 고용을 유지하라고 당부하고 호소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나길수 서일대 교수 자산법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