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잘 되길 바랍니다. 하지만…"

2018-04-27 10:47:02 게재

한국당 후보들 경계·견제 속앓이

민주당 후보들은 '평화 마케팅'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6.13 지방선거 여·야 후보들의 반응에 미묘한 온도차가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정상회담을 지켜보는데 반해 자유한국당 후보들은 경계와 견제의 눈빛이 역력하다. 정상회담 이후 치러질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지방선거 쟁점이 거대 이슈에 가려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기록전시장을 찾은 어린이가 남북 관계에 관한 소원을 적은 종이를 한반도 모양 패널에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한국당 공천을 받은 남경필 경기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에 "접경지역인 경기도지사로서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 적극 협력할 것"이라며 "차분한 마음으로 한반도에 찾아올 평화의 봄을 기대한다"고 글을 올렸다.

하지만 남 지사는 "국민은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채 '면죄부'만 주는 결과를 낳는 건 아닐지 불안해 한다"면서 "북한의 불가역한 비핵화 로드맵이 담보돼야 안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후보들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박경국 충북지사 후보는 이날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관련 질문을 받고 "잘 되기를 바라지만 그동안 수차례 북한에 속아왔다"며 "이번에는 속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는 "확실한 북핵 폐기의 길로 갈 수 있는 충실한 회담이 이뤄지길 기원한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내놓고 말을 아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후보들도 있다. 같은 당인 유정복 인천시장은 "4년간 준비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회피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유 시장은 접경지역 단체장이라 다른 지역보다 남북문제에 민감하다. 그래서 이달 초 일찌감치 '인천을 통일을 준비하는 선도 도시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남북교류 계획을 발표했다. 어차피 나올 정상회담 이슈라면 오히려 먼저 선점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는 "서해 5도의 평화정착을 최우선으로 두고, 향후 남북관계의 상황과 북한의 비핵화 등 철저한 안보 기반 아래서 신중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야당의 견제·경계 반응은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광역·지방의원 후보들로 갈수록 더 컸다. 한국당 공천을 받은 인천의 한 시의원 후보는 "그나마 광역단체장은 인지도가 높아 자체 경쟁력이 있지만 지방의원은 바람 한 번에 악 소리도 못 내보고 쓰러진다"며 초조해했다.

이에 반해 여당인 민주당 후보들은 정상회담 분위기에 묻어가겠다는 생각이 커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는 "이번 정상회담은 평화정착을 위한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며 오랜 기간 분단으로 희생을 감내해온 경기도에 새로운 기회, 접경지역 주민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시장 후보가 된 박남춘 의원은 "문재인정부와 호흡을 맞춰 인천 관련 대북사업과 각종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면 여당 시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는 "평화를 위한 문재인정부의 역사적 발걸음을 온 마음으로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이들 외에도 거의 모든 출마자들이 SNS 표지를 정상회담 관련 내용으로 바꿔 다는 등 감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주시장에 출마한 이광희 후보는 "청주에는 낭성에 단재사당이, 예술의전당 앞 단재동상이 있고, 단재연수원도 있는 단재와 관련된 지역"이라며 "북한 인민대학습당에 단재 관련 자료의 반이 있다고 하니 중단된 단재 학술·문화교류를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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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곽태영 윤여운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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