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따라 중국간 부품업체 '멘붕'

2018-10-30 11:18:24 게재

납품단가 인하 압박에 적자 시름 … 현지업체까지 거래 확대해야

완성차업체를 따라 중국으로 나간 부품 협력회사들의 경영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많은 부품사들이 현대차를 따라 나가 중국에 부품공장을 건립했는데 중국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2년 연속 부진하면서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현대차 계열사 현대모비스 3분기 영업이익은 46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줄었다. 현대위아도 3분기 영업이익(96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36.2% 감소해, 83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앞서 내일신문이 지난 8월 분석한 자동차 부품 상장사 87곳(코스피 41개사, 코스닥 46개사)의 올 상반기 실적(연결기준)을 살펴보면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6.5% 급감했다. 87개사 중 27개사는 올 상반기 이미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덕양산업 세종공업 화신 동국실업 평화산업 세원정공 등 12개사는 중국에 진출한 업체들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중국판매가 급감하면서 공장가동률이 현격히 둔화됐고, 부품업체 부담이 다른 지역보다 특히 심화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자동차의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이 각각 1.2%, 0.8%에 그치면서 '어닝 쇼크'(실적 충격)에 빠졌다. 완성차의 실적악화로 부품 협력업체들이 위기는 더 심각해졌다.

국내 완성차업체 한 관계자는 "협력업체 영업이익률은 통상 완성차업체보다 2~4% 낮다"면서 "완성차의 영업이익률이 저조할수록 협력업체에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해 수지를 맞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8.8%에서 2017년 4.7%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내 500개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의 영업이익률은 5.1%에서 2.9%로 떨어졌다. 협력업체 영업이익률이 완성차보다 1.8~3.7% 밑돈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당수 협력업체들은 적자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올 1~9월 누계 영업이익률은 현대차 2.7%, 기아차 1.2%를 기록한 데다 3분기에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영업이익률 3%는 대출이자와 세금 등을 납부하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어 좀비기업(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부실기업) 수준으로 평가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상장된 1·2차 부품 협력업체의 영업이익률이 올해 1분기 0.9%까지 떨어졌다"며 "자동차업체 여신규모 약 20조원 중 10% 정도는 이미 자본잠식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 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 우리 부품업체가 특정업체에 전속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중국 로컬업체들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그들과 거래확대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중국 로컬업체들도 자동차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기술력과 품질력이 높은 우리 부품업체들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현대·기아차 중국공장 '딜레마'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