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중국공장 '딜레마'
254만대 생산전략 '차질' … 돌려도, 안 돌려도 손해
현대·기아자동차의 '어닝쇼크(실적 충격)'는 중국시장 실패가 주 요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1년간 글로벌 완성차 생산 '빅5'를 유지하며 전세계 생산시설을 904만대 규모까지 키웠다. 하지만 판매는 2015년 812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725만대를 기록했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현대·기아차 공장 가운데 약 180만대 생산시설을 놀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공장은 254만대 생산시설을 구축했으나 지난해 114만대 판매에 그쳤다. 평균 가동률 45%로, 잉여 생산시설이 140만대 규모에 달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0일 "현대·기아차의 경영악화 주 원인은 중국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지난해 현대·기아차 중국공장은 규모의 절반 수준밖에 생산하지 못했고, 올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준공된 공장을 놀려도 손해지만, 그렇다고 돌려도 손해가 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중국공장은 165만대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지난해 78만대 판매에 그쳤고, 기아차 중국공장은 89만대 생산능력을 지녔지만 36만대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올 1~9월 판매는 현대차 56만대, 기아차 24만대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2014년 177만대를 판매하며 시장점유율이 9.0%에 달했지만 2017년 115만대에 그치며 점유율 4.6%로 곤두박질쳤다. 올 1~9월은 현대차 3.5%, 기아차 1.5% 등 5.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업체 한 관계자는 "공장가동률이 저조하니 현대·기아차 중국공장 근로자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퇴사한 사람도 있고, 상당수 직원들은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차는 중국에 5공장까지 규모를 키웠고 협력업체들도 따라가 공장을 신설했지만 가동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라 완성차-부품업체 모두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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