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4)
명절증후군, 이혼사유 될까
A남과 B녀는 결혼 7년차 부부다. B는 명절과 제사 때마다 시댁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대접한다. 시부모는 가난하고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B를 무시하며 함부로 대한다. 지난 명절에는 시댁에 늦게 왔다는 이유로 시어머니가 B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B는 남편인 A에게 이러한 사실을 털어놨지만 오히려 A는 시부모 편을 들며 B에게 무조건 참으라고만 했다. B는 이번 설을 앞두고 가슴이 답답하고 온몸이 아파오는 명절증후군이 생겼다. B는 명절증후군을 이유로 이혼할 수 있을까?
'명절증후군'은 대한민국에서 명절을 보내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인 현상을 말한다. 실제 병은 아니며 심한 부담감과 피로감이라는 증상이 있다.
명절증후군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 보다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남편이나 시부모와 갈등을 겪다가, 명절에 그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후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민법은 '배우자나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의해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를 재판상 이혼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심히' 부당한 대우라 함은 폭언, 폭행을 당한 경우 또는 모욕이나 무시를 당한 경우 등과 같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받은 것을 말한다. 만약, 배우자에게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호소했지만, 배우자가 갈등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모르는 척하면서 방치하는 경우도 부당한 대우에 해당할 수 있다.
부당한 대우가 있었다는 사실은 주장하는 사람이 증거로 입증을 해야 한다. 말로만 하는 주장은 법원에서 인정받기 어렵다. 누구나 배우자에 대한 소소한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갈등이 있다고 다 이혼이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안에서, B는 시어머니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심각한 고부갈등에서 남편이 적절한 중재를 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이혼이 가능하다. B는 부당한 대우와 관련한 녹음이나 사진, 진단서 등을 혼인 파탄의 증거로 제시하여 민법 제840조 제3호(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또는 제6호(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의한 이혼청구가 가능하다.
임경숙 민법전문박사 법무법인 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