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6)
아파트 받은 아들 돌변, 돌려받을 수 있을까
중년의 A에게는 장성한 아들 B가 있었는데, B는 최근 사업 실패 후 변변한 집 한 채 없이 월세방을 전전하고 있었다. A는 안쓰러운 마음에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아파트 한 채를 B에게 증여했다. A와 B는 아파트 증여 당시 'B는 A를 한 달에 두 번 이상 방문하고 A에게 매달 50만원을 용돈으로 주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B는 A에게 아파트를 반환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이른 바 효도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평생 효도할 것만 같았던 B는 아파트를 증여받고 난 후 180도 돌변했다. B는 같은 동네에 사는 A를 1년에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을 때가 많았고 처음 몇 달만 용돈을 주었을 뿐 그 이후에는 연락조차 잘 받지 않았다. 이 경우 효도계약서는 효력이 있을까? A는 B로부터 아파트를 반환받을 수 있을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효도계약서는 민법 제561조의 부담부증여를 의미한다. 즉, 효도계약이란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하되 효도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자녀가 효도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부모가 증여계약을 해제하여 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효도계약서에는 원칙적으로 법률적 효력이 인정되며, 계약당사자는 상대방에게 효도계약서상의 계약 내용을 주장할 수 있다.
2015년 12월 대법원은, 부모가 아들에게 20억원 상당의 주택을 증여하면서 "같은 집에 살며 부모를 잘 봉양하고 만일 제대로 봉양하지 않으면 집을 돌려받겠다"는 '효도각서'를 받았는데 아들이 이후 돌변해 함께 살면서 식사도 같이하지 않았고 허리디스크 환자인 어머니의 간병도 가사도우미에게 맡기고 어머니에게 요양원을 권하기까지 한 사안에서, 부모가 아들을 상대로 제기한 주택의 반환청구를 인용했다.
그런데 효도계약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효도계약서에는 △증여하는 재산의 표시 △자녀의 효도의무에 관한 내용 △효도의무 불이행 시 재산을 반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특히 두 번째와 세 번째 내용을 기재하지 않는 경우 효도계약서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또한 자녀의 효도의무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효도의무에 관한 내용이 추상적일 경우 효도계약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며, 반환소송에서 자녀의 효도의무 불이행을 입증함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부모님을 자주 찾아 뵙는다"는 기재보다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부모님을 찾아 뵙는다"는 표현을, "용돈을 넉넉히 드린다"는 기재보다는 "'한 달에 30만원'을 용돈으로 드린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위 사례의 경우 A와 B가 작성한 B의 효도의무 내용은 구체적이어서 효도계약서의 효력을 인정하기에 충분히 구체적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A는 B의 효도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자신이 증여한 아파트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임경숙 민법전문박사 법무법인 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