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16)
아동학대에 사회의 관심 필요
A녀는 인터넷에 아이를 돌보아 준다는 광고를 내고, 주말에만 아이들을 돌봐주는 위탁모다. A는 B(2세), C(3세), D(3세) 등 5명의 영아를 양육하던 중 B 등의 부모로부터 양육비를 제때 받지 못하자 뜨거운 물로 아이를 목욕시켜 화상을 입게 하거나, 아이가 설사 등 장염 의심 증상이 있는데도 병원에 제때 데려가지 않거나, 아이를 수시로 폭행했다. 식사도 챙기지 않아, 아이는 탈수와 영양결핍으로 극도로 쇠약해졌다가 사망했다.
'아동복지법'에 의하면 '아동학대'란 18세 미만의 사람에게 부모를 포함한 보호자 등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에 저해가 될 수 있는 신체적, 정서적, 성적, 심리적 학대 등을 말한다.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폭력부터 방임 같은 소극적 폭력 모두를 처벌 대상으로 삼아 아동에 대한 폭넓은 보호를 하고자 하는 취지다. 2013년 발생했던 '울산 아동학대 사망 사건' 이후 2014년에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에 관한 법적 규제가 더욱 강화됐다.
그러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 접수된 사례를 바탕으로 분석한 통계청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학대 건수는 2006년 이후 매년 약 6000건 수준에 머물던 것이 2014년 1만건을 넘어섰으며, 2017년에는 2만2000건에 달했다. 2014년 '특례법'의 제정으로 아동학대의 유형이 세분화되고 신고 의무자가 늘어나는 등 신고 건수가 증가할 만한 원인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3년 만에 두 배가 넘게 증가했다는 점은 놀라울 뿐이다. 아동학대의 유형 또한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가 함께 행해진 '중복학대'가 1만 건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학대가 발생하는 장소도 가정 내인 경우가 1만7000건 이상으로 전체 건수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학대 행위자의 경우 부모나 대리양육자에 의한 경우가 90% 이상으로 나타나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위 사례는 가정에서 함께 생활하던 위탁모인 A 씨가 아직 신체적, 언어적 발달이 완전하지 못한 2~3세의 유아들을 대상으로 신체적 폭력과 방임 등 수차례에 걸친 중복학대를 가해 한 아이의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게까지 한 사건이었다. 최근 가정과 각종 보육 시설에서의 아동학대 사건들이 연이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아동학대와 관련하여 더욱 강력한 처벌과 감시를 할 수 있는 법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사회와 시대의 변화로 한 부모 가정이나 맞벌이 부부가 늘어가는 상황이지만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장소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자칫 피해 아동에게 영구적인 장해를 남기거나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유아기의 아동학대부터 학교폭력과 같은 청소년범죄나 자살 등 이차적인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청소년기의 아동학대까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갈 소중한 존재인 아동을 보호하고 양육하는 것은 이제 가정 내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