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 투자했더니 '보육품질' 높아지네

2019-05-10 11:11:12 게재

동작구 '보육청' 한단계 진화

영아반 교사 대 아동비율↓

작은 시설도 원장·교사 따로

"아이가 선생님 이야기를 많이 해요. 잘 돌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들 보기에도 안심이 되구요."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사는 양수진(35)씨는 "(2세반은) 교사 한명이 7명을 돌봤는데 3세반으로 가면서 갑자기 15명으로 늘었다"며 "한사람이 돌보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동작구가 보건복지부 규정보다 교사 숫자를 늘려 돌봄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올해로 4년째 추진하고 있는 '보육청' 사업 효과다.

서울 동작구가 보육청 사업을 통해 보육의 질을 높이고 공공성을 강화하고 있다. 이창우 구청장이 구청 어린이집을 찾아 어린이들과 함께 악기체험에 참여했다. 사진 동작구 제공


유치원과 학교는 교육청과 교육부에서 통합 관리하는데 정작 아이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사회인 보육시설 운영은 개별 어린이집에만 의존하고 있어 시작한 사업이 보육청이다. '보육품질'을 높이면서 어린이집마다 차이가 나지 않도록 보육교사가 일하는 환경부터 주목했다. 근무경력에 따라 주임교사나 선임교사로 승진은 물론 원장으로 발탁, 열심히 일한 보육교사가 우대받는 환경을 조성한 게 우선. 해외연수, 휴게시간과 연차 보장, 심리상담 등 만족도 높은 정책도 여럿이다.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노무 법률 회계 인사 등 분야별 자문과 교육을 맡아 교직원 전문성을 키우고 어린이집 운영 공공성을 높였다. 동작구 관계자는 "보육교사가 즐거운 직장에서 일해야 그 행복감이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결과적으로 보육의 질로 이어진다"며 "보육교사가 즐겁게 일하는 직장 만들기에서 시작, 공보육 혁신사례가 됐다"고 자평했다.

올해는 '최상의 보육서비스'를 목표로 한단계 진화된 시도를 하고 있다. 3살 우진이를 상도어린이집에 보내는 양수진씨를 안도하게 한 교사 대 아동 비율 조정이 대표적이다. 복지부 규정에 따르면 교사 한명이 0세반은 3명, 3세반은 15명을 돌보면 된다. 하지만 동작구는 아동 숫자를 각각 2명과 10명으로 줄였다. 3세반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아이들이 몰리고 0세반은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어 교사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2곳 구립 어린이집에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20인 이하 시설은 원장이 보육교사를 겸직할 수 있는데 2개 시설을 시작으로 원장 인건비를 지원, 교사를 추가 채용하도록 했다. 회계와 행정업무 등 시설운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원장이 교사까지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아이를 돌볼 시간이 줄어들고 그만큼 함께 근무하는 보육교사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보육시설 종사자와 보호자간 갈등조정이나 보육 교직원 어려움을 덜기 위한 보육콜센터 '아이원'도 개통했다. 보육업무를 담당했던 경력자를 상담원으로 선발해 어린이집 설치·운영부터 인사, 근무환경 개선까지 전반적인 상담을 한다. 영유아 발달이나 육아 정보, 어린이집 입소 대기, 시간제보육, 아동수당 등에 관한 상담은 물론 어린이집에 대한 민원 처리까지 맡는다. 현장 방문과 심층상담도 지원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보조교사 연장근무 인건비, 원장 활동비와 보육교사 직급보조비, 대체 조리사 인건비 지원을 새로 시작한다. 100인 이상 시설에는 행정업무를 도맡을 원감을 두도록 했고 보육교직원 장기근속수당과 영아반 담임수당을 확대해 경력 있는 인력이 한곳에서 오래도록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했다.

그만큼 보호자와 교사 양쪽 모두 만족도가 높다. 서남신 도담어린이집 주임교사는 "보육교사들이 꿈을 갖고 일하게 됐고 눈치 보지 않고 휴식시간을 사용한다"며 "중앙정부나 서울시에서 해야 할 몫인데 동작에서 앞서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김길임(37·상도동)씨는 "교사 손길이 더 필요해 걱정이 많았는데 너무 안심이 된다"면서도 "교사를 새로 채용하는 어린이집에서 부담하는 4대 보험이나 경력있는 교사가 보수 때문에 정부 지원이 좀더 많은 영아반에만 묶이는 문제, 장애통합반 부족 등은 더 고민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아이와 부모, 보육 교직원, 어린이집 모두가 행복한 정책을 추진해 주민들에 최상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아이 키우기 좋은, 이사오고 싶은 동작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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