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24)
재혼 가정의 친양자 입양
A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B를 낳고 성격차이로 이혼했다. 그 과정에서 A는 B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맡게 됐다. 이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A는 지인의 소개로 C를 만나게 됐는데, C는 이혼으로 인한 A의 상처를 이해하고 B를 자신의 친자식처럼 대하는 등 A와 B에게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결국 1년 뒤 A와 C는 결혼해 B와 함께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매일을 보냈다. 하지만 B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부부는 큰 고민에 빠지게 됐는데, B가 아빠인 C와 성(姓)이 달라 혹시라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전체 부부 중 약 12%가 남녀 모두 재혼인 부부로 나타났다. 남녀 어느 한쪽만이 재혼인 경우까지 모두 합하면 약 23%로 작년에 결혼한 5쌍의 신혼부부 중 1쌍은 재혼부부인 셈이다. 하지만 이혼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다시 가정을 이루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특히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얻은 미성년의 아이가 있는 경우라면 그 선택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재혼'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만큼, 내 배우자의 아이도 곧 내 자식이라는 마음으로 '입양'을 선택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보통의 입양과는 달리 친생부모와의 상속 및 친족관계를 완전히 종료시키고 새롭게 형성된 양부모(養父母)와의 상속과 친족관계만을 인정하는 '친양자 입양'이 지속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재혼부부사이에서의 '친양자 입양'은 부부의 혼인기간이 1년 이상 지속된 상황에서 미성년자인 자녀가 있는 경우 신청할 수 있다. 부부가 공동으로 입양하는 것이 원칙이나 재혼한 배우자의 친생자를 입양하는 경우라면 계부모(繼父母) 일방이 단독으로 할 수 있다.
다만 '친양자 입양'은 친생부모와의 상속 및 친족관계가 모두 정리된다는 점에서 친생부모의 동의와 함께 자녀의 나이가 13세 이상인 경우에는 법정 대리인의 동의를, 13세 미만인 경우 그에 대신한 승낙을 받아야한다.
재혼한 배우자의 친생자를 계부모가 친양자로 입양하는 경우, 친양자의 입양 전 친족관계 중 이혼한 전 배우자와 관계된 상속과 친족관계는 모두 소멸되고 친양자를 입양한 계부모와의 상속 및 친족관계가 새롭게 형성된다. 이 경우 친양자는 재혼부부의 혼인 중 출생자가 되어 완전한 친생자로서 상속이나 친족관계와 관련된 모든 권리들을 인정받게 되고, 모(母)의 재혼으로 계부(繼父)를 갖게 된 경우라면 친양자는 계부의 성(姓)과 본(本)을 따를 수 있게 된다.
위 사례의 경우 C가 A의 친생자인 미성년자 B를 '친양자 입양'을 통해 자신의 친생자로 삼으면 된다. 이때 B는 A와 C의 친생자로서의 지위를 얻음과 동시에 C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게 돼 개명을 통해 A와 C가 걱정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다만 C는 B의 입양을 위해 친생부모의 동의와 법정대리인의 승낙을 받아야 하며, 법원으로부터 입양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원은 친양자가 될 자녀의 복리를 고려해 입양의 승낙을 결정하게 되는데, C가 A와 결혼한 후 B를 친자식처럼 대해왔고 화목한 가정을 꾸려왔다는 점에서 입양청구가 기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