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26)
독신자(獨身者)가 미성년 자녀를 입양할 수 있을까
30대 후반의 여성 A는 '비혼주의자'로 앞으로도 결혼을 할 생각이 없다. A에게는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B가 있는데, B는 현재 남편과 사별 후 어린 딸 C를 홀로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다. A는 평소 B와 친자매처럼 가깝게 지냈고 C또한 자신의 친조카처럼 여기며 자주 교류했다. 그러던 중 교통사고로 B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A는 평소 연락이 되지 않던 B의 가족을 대신해 장례를 치르며 어린 C의 거처를 고민했다. C에게 남은 혈육은 평소 왕래가 거의 없던 먼 친척들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A는 오랜 망설임 끝에 C를 자신의 딸로 입양해 B를 대신해 '엄마'가 되고자 한다.
전통적인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남녀가 결혼을 통해 부부로 인정받은 뒤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쳐 형성된다. 그러나 이 관계는 반드시 '혈연'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입양'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통적 의미의 입양의 경우 주로 대를 잇기 위한 목적이었으므로 '혈연'과 '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의 입양은 부모로부터 이탈된 아동에게 다시 가정 안에서의 보호와 건강한 성장의 기회를 제공해 정신적,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등 해당 아동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것에 그 가치를 두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입양은 양자와 양부모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않아도 가능하고 성별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현재 '민법'과 '입양 촉진 및 절차에 관한 특례법(입양특례법)'에 따라 요구되고 있는 기준나이 이상의 성인이면 혼인여부와 관계없이 필요한 자격과 절차를 갖춰 법원에 입양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기혼자가 아닌 독신자인 성인이 입양을 할 때에는 보다 엄격한 절차와 자격이 요구된다. 양부모가 될 수 있는 나이기준은 더 강화돼 있고 양부모의 성별에 따라 양자의 성별에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독신자는 입양으로 친생부모의 관계가 종료되어 보다 완전한 양친자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친양자 입양'을 할 수 없다.
세상의 부정적인 시선도 독신자입양을 어렵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정서상 시작부터 '편부모가정'을 만드는 독신자 입양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날 '가정'의 형태는 점점 다 다양해지고 있다. 비혼이나 이혼 등으로 독신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사실혼이나 동거인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자가 될 아동에게 필요한 가정환경을 단순히 양부모가 될 사람의 혼인여부나 사회적 편견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진정으로 양자가 될 아동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위 사례의 A는 입양을 통해 C의 엄마가 될 수 있다. 단 A는 독신자 이므로 현행법상 친양자 입양은 불가하고 보통 입양만 가능하다. 양자가 아직 미성년자라면 친부모와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부모가 모두 사망한 C의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만 받으면 된다. 단, 보통입양의 경우에도 미성년자를 양자로 삼는 경우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원은 C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여러 사정을 참작해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