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27)

혼외자인 친자녀, 아빠가 '임의 인지'로 친자관계 형성

2019-07-25 11:48:11 게재
임경숙 민법전문박사 법무법인 산우

A는 와인 동호회 활동 중 B를 만났고 곧 결혼을 전제로 동거를 시작했다. 동거 후 몇 달이 지났을 때 A는 B에게 이미 가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A는 B와 헤어지기 위해 멀리 이사했다. 얼마 후 A는 자신이 임신 중인 것을 알게 됐는데, B가 미웠지만 자신의 아이를 포기할 수는 없어 그대로 C를 낳아 길렀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C를 기르고 있던 A에게 B가 찾아왔다. B는 당시 이혼과정 중이어서 혼인사실을 굳이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고 이제는 정리가 다 됐다며 A에게 정식으로 청혼했다. A는 어린C의 앞날을 위해 B의 의견에 동의하기로 했다. A와 B는 혼인신고를 마치고 C를 두 사람 사이의 혼인 중 출생자로 삼으려고 한다.

우리나라 '민법'상 혼인중에 임신해 태어난 자녀는 혼인관계상의 남편의 자(子)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는 부부가 '법률상 혼인관계'일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부부의 관계를 맺고 있으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나 단순한 동거관계에서 아이가 태어난 경우 등은 아이와 부모 사이의 법률상 친자관계가 자동으로 추정되지 않는다.

물론 모(母)의 경우 출산을 통해 당연히 친자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부(父)의 경우는 법률상 친자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대표적 방법에 '인지'가 있다.

'인지'란 법률상 혼인관계가 아닌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혼외자)에 대해 부 또는 모가 자신의 자라고 인정함으로써 해당 자녀와 부모 사이에 법률상 친자관계를 발생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현행법상 인지에는 크게 부 또는 모의 신고에 의한 '임의인지'와 피인지자의 소송을 통한 '강제인지'가 있다.

'임의인지'는 보통 부가 혼외자에 대해 자신의 자식임을 승인하는 것으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신고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한다. 임의인지는 피인지자인 자녀가 사망한 경우라도 그 자녀의 직계비속을 상대로 할 수 있다. 또 임의인지의 경우 유언으로도 할 수 있으며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에 대해서도 가능하다.

'강제인지'는 혼외자 또는 혼외자의 직계비속 등이 직접 부 또는 모에게 인지를 해줄 것을 재판상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강제인지청구소송은 언제든 제기할 수 있지만, 부 또는 모가 사망한 경우라면 그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검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인지된 혼외자는 인지를 한 부 또는 모의 법률상 친자가 되어 상속이나 부양 등의 문제에서 혼인 중 출생자와 동일한 지위를 갖게 된다. 이러한 인지의 효력은 인지된 해당 자녀가 출생한 때로 소급해 발생하지만, 인지 전 제3자가 이미 취득한 권리가 있는 경우라면 이를 해하지 못한다.

위 사례의 경우 B는 '임의인지'를 통해 C와 법률상 친자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인지신고는 C의 등록기준지나 B의 주소지 주민센터에서 하면 된다. 인지신고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C의 이름과 성별, 주민등록번호 등에 대한 내용과 A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이 필요하다. 인지신고가 완료되는 경우 C는 B의 법률상 친자가 됨과 동시에 B의 성(姓)과 본(本)을 따르게 된다. 단, 만약 C가 A의 성과 본을 따르고 있었고 이를 계속 유지하려는 경우라면 인지신고서에 그 이유를 함께 기재하여 제출하면 된다.

[임경숙 변호사의 가족법 이야기 연재 기사]